“첫 우승때 車 몰고 오신 어머니, 올핸 손자 車 타고 경기장에”

용인=임보미 기자 2024. 6. 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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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팬들은 전창진 KCC 감독(61)을 '구석기 농구인'이라고 부른다.

KCC가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면서 전 감독은 프로농구 역대 최고령 우승 사령탑이 됐다.

전 감독은 6강 PO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 멤버로 5위를 한 건 정말 창피하다. 정규리그 때 너무 못했기 때문에 우승해도 본전이다. 잘 마무리하고 그만두고 싶다. (챔프전 우승까지) 10번만 더 이기면 된다. 실수할 수도 있으니 10승 3패만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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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프로농구 KCC 감독
21년前 최연소, 이번엔 최고령 우승
“나는 ‘라떼’보다 옛날 사람”이라지만, 폴킴 ‘모든 날…’ 즐겨 듣는 요즘 사람
최준용 등 개성 강한 선수들 이끌며, 정규리그 5위팀 역대 첫 우승 견인
전창진 프로농구 KCC 감독이 경기 용인시 구단 체육관에서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옆에 두고 카메라 앞에 섰다. 2002∼2003시즌 최연소 우승 감독 기록을 썼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최고령 우승 감독 기록까지 보유하게 됐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프로농구 팬들은 전창진 KCC 감독(61)을 ‘구석기 농구인’이라고 부른다. 옛날 ‘호랑이 선생님’처럼 선수들을 독하게 몰아붙인다는 의미다. 경기 용인시 KCC 구단 체육관에서 최근 만난 전 감독도 “나는 ‘라떼’보다 더 옛날 사람”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전 감독은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프렌치토스트를 즐겨 먹고, 폴킴의 노래 ‘모든 날, 모든 순간’을 즐겨 듣는 ‘요즘 사람’이기도 하다. 전 감독은 “선수들은 나를 늙다리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우승하고 팬 미팅 행사에서 이적의 노래 ‘다행이다’를 불렀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 마음은 늘 30대인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 참…”이라며 멋쩍어했다.

KCC가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면서 전 감독은 프로농구 역대 최고령 우승 사령탑이 됐다. 최연소 우승 사령탑도 전 감독이다. 전 감독은 40세이던 2003년 TG삼보(현 DB)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2개 팀에 우승을 안긴 지도자는 최인선 전 감독(기아, SK)과 전 감독뿐이다.

전 감독은 “2003년 첫 우승 땐 어머니가 차를 직접 몰고 경기장에 오셨는데 이번엔 손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오셨다”며 “그동안 어머니께 ‘경기장에 오시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엔 마지막이라고 하니 보러 오셨더라”고 했다.

전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이번 시즌 정규리그 1위 팀 DB를 꺾고 챔프전에 오른 뒤 “잘 마무리하고 물러나겠다”고 했었다. 계약 기간이 2024∼2025시즌까지였던 그는 “구단에서 아주 좋은 밥상을 차려줬는데 (정규리그 때) 성적을 못 냈으니 내가 깨끗하게 책임지려고 했다. 그런데 팀이 13년 만에 우승했는데 바로 ‘그만두겠다’고 하면 깽판 치는 것 같아 1년 더 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3∼2024시즌 KCC는 허웅,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라건아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었는데도 정규리그에선 전체 10개 팀 중 5위에 그쳤다. 전 감독은 6강 PO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 멤버로 5위를 한 건 정말 창피하다. 정규리그 때 너무 못했기 때문에 우승해도 본전이다. 잘 마무리하고 그만두고 싶다. (챔프전 우승까지) 10번만 더 이기면 된다. 실수할 수도 있으니 10승 3패만 하자”고 말했다. KCC는 챔프전까지 10승 2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리그 5위 팀이 우승한 건 처음이다.

전 감독은 “이런(국가대표 선수들이 몰려 있는) 팀은 역할 분배가 안 되면 망가진다. 불평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출전 시간을 배분할 때 선수들에게 이유를 설명했고 선수들도 받아들였다”며 “선수들도 어떤 농구를 원하는지 내게 솔직하게 얘기해줬다”고 했다.

2022∼2023시즌까지 SK에서 뛰다가 KCC로 이적한 최준용은 ‘요즘 선수’ 중에서도 ‘요즘 선수’로 통한다. 최준용은 체육관에 대형 스피커를 갖다 놓고 훈련 때마다 음악을 크게 튼다. 전 감독은 “지금도 체육관에 들어갈 때마다 너무 시끄러운데 이젠 좀 적응이 됐다”며 “준용이가 의외로 말을 잘 듣는다. 준용이랑 정을 붙이려 시간을 많이 보냈다. 골프도 가르쳐서 늦은 시간에 스크린 골프도 같이 치러 다녔다”고 했다.

KCC는 9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농구 챔피언스리그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챔프전 우승 뒤 이어지는 구단 행사에 이 대회까지 준비하느라 전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전 감독은 “나이 먹은 사람을 불러주는데 어디든 가야 하지 않겠나. 지금이 그저 행복한 시간”이라며 웃었다.

용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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