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실 책상서 여기까지 와” 앤디 김, 한인 첫 美상원의원 후보에
민주당 중진 상원의원 기소되자… ‘당 허락 먼저’ 관행 깨고 도전 선언
英 로즈장학생-美 국제개발처 거쳐… 美국무부-백악관 NSC서 경력 쌓아
‘시위대 난입 의사당 청소’ 민심 다져
“제가 상원의원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지난해 9월 23일(현지 시간), 한인 2세인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42·뉴저지주)은 참모 6명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이날은 민주당 중진이자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메넨데스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다음 날이었다.
참모들은 “아무리 그래도 당 중진의 허락이 먼저”라며 만류했다. 막 기소된 메넨데스 의원이 출마 포기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회의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격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인사는 “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이 홀로 남더니 출마 선언을 했다”며 “김 의원은 기존 관례를 따르는 것보다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 한국계 첫 상원의원 역사 이루나
김 의원은 4일 민주당 뉴저지주 선거구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90.3% 개표 현재 75%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뉴저지주에선 1972년부터 50년 넘게 민주당 후보가 줄곧 상원의원에 당선돼 왔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도 김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본다. 11월 5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이란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미 연방 상원의원은 각 주마다 2명씩으로 모두 1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의 주요 입법에 깊이 관여하는 강력한 자리다. 2018년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도전했을 때 ‘아시아계 이방인’이라는 비난 공세에 시달렸던 그가 미 주류 사회의 정점으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원래 뉴저지주는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순으로 투표용지에 잘 보이게 배열하는 ‘투표 라인’ 관행이 있었다. 그만큼 당의 입김이 센 곳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 눈치를 보지 않고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투표 라인 관행에 소송을 제기해 승리했다. 이 사건은 김 의원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돌풍”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은 후보 확정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뉴저지 정치를 영원히 바꾸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을 이뤄냈다”며 “변화를 위한 에너지를 미 상원으로 가져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 USAID 인턴 이후 한 발 한 발 20년
뉴저지주 남부에서 태어난 김 의원은 소수 정예 교육기관인 캘리포니아주 딥스프링스 칼리지를 거쳐 시카고대를 졸업했다. 이후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국제개발처(USAID) 인턴으로 공직에 첫발을 들인 뒤 국무부 중동 전문가로,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뉴저지주로 향했다. 공화당 텃밭인 선거구였지만 ‘민생’을 강조한 그의 진심이 통해 2018년 4000표 차로 당선됐다.
그는 상원의원 후보 경선을 앞둔 4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20년 전 의사당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정치 명문가 출신도 아니고 (워싱턴에) 한두 번 가족여행 온 게 전부였던 내가 (USAID) 복사실 책상에서 시작해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까지 왔다”고 썼다.
김 의원의 상원의원 입성에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메넨데스 의원이 무소속 출마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대표는 “김 의원이 당선되면,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 시도해 온 한인 정계 진출의 꿈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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