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공군에 숨진 용사 앞에 중국산 추모 화환이…

김영우 기자 2024. 6. 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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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현충원 추모비 조화 논란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놓여 있는 무궁화 조화 화환. 이 조화는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우 기자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을 앞두고 국립서울현충원이 무명용사 추모비에 중국산 무궁화 조화(造花)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5일 나타났다. 6·25전쟁 당시 한반도 공산화를 막으려다 전사한 국군·유엔군은 17만8000여 명. 상당수가 30만명에 이르는 중공군에 의해 숨졌다. 현충원 당국이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중국산 조화를 계속 사용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지하엔 ‘호국영령 무명용사 碑(비)’가 있다. 전사자들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조각한 영현승천상 앞에 이 비석이 있다. 조각상 밑엔 6·25전쟁 중 전사했으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유해 5831위(지난 3월 기준)가 안장돼 있다. 그런데 이 비석 옆에 각각 국방부 장관, 국립서울현충원장 명의로 1년 내내 놓여 있는 조화가 모두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충일 전날 찾은 이곳에 놓인 사람 키만 한 화환엔 追慕(추모)라고 적혀 있었다. 천으로 만든 자주색 무궁화 조화 140여 송이가 화환 2개에 각각 꽂혀 있었다. 군데군데 실이 삐져나와 있었고 꽃잎 끝 부분도 울퉁불퉁했다. 무궁화연대 정영희 상임이사는 “한국에서 한지로 만드는 무궁화 조화는 한국 품종을 본떠서 만드는데 이 조화는 도대체 어떤 품종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현충원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무명용사비에 중국산 조화를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산은 한 다발(10송이)에 1300원, 국내산은 3700원 수준이다. 하지만 현충원 측은 “중국산은 맞으나 비용 때문은 아니었다”며 “2021년부터 사용하던 화환이고, 당시에 중국산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당장 바꿀 계획은 없고 향후 국내산으로 교체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오늘(5일) 안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충원의 중국산 조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국회 국정감사 때도 5만4000여 기 묘소에 억대 예산을 들여 중국산 조화를 꽂았다가 국회 지적을 받았다. 당시 여당에선 “6·25 남침 배후인 중국에서 수입한 가짜 꽃을 헌화하는 건 국격 훼손”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2년 가까이 무명용사 추모에 중국산 조화를 계속 사용한 것이다.

주요국은 무명용사에게 국가 최고 의전을 제공한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 바닥에 있는 무명용사비는 국왕을 비롯한 그 누구도 밟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왕실 결혼·장례식 때도 신랑·신부나 운구 행렬이 역대 국왕과 위인의 묘비는 밟아도 이 무명용사비엔 결코 발을 디디지 않는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 묘역을 지키는 영현병은 눈비는 물론 허리케인이 와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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