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철로 밑에 깐다… 송배전망 부족 해결할 각국의 묘수는
영국은 빨리 합의한 주민에 추가 보상
미 아이오와주(州)에선 최근 메이슨시티에서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잇는 350마일(약 563㎞)의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풍력·태양광이 풍부한 미 아이오와 지역 전력을 상업 시설이 많은 일리노이주로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주 규제 당국이 이 건설을 승인했다. 이 송전선로는 북미 최초로 철도를 따라 지하에 건설될 예정이다. 송전선을 지으려다 보면 토지 수용, 지역 주민 설득, 환경 영향 평가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갈등이 많다 보니, 기존에 있던 철도를 따라 지어 건설 지연을 최소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수 그린’(Soo green) 측은 “철도 옆에 송전선을 깔면서 거의 모든 경로의 토지 권리를 확보했고, 야생동물에게 추가로 미칠 영향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향후 이들은 기존 철로에 인접한 주민들과 보상 협의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기를 수송하지 못해 전력 공급지에선 발전소가, 수요지에선 첨단 산업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송배전망의 전력난’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외 각국에서도 에너지 발전량 대비 송배전망이 부족하고 신규 건설도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송배전망을 ‘더 빨리’ ‘더 많이’ 깔기 위한 다양한 묘수를 쏟아내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선 고속도로 옆에, 미 미네소타주에선 통신망 옆에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영국 등에선 빠르게 보상 합의를 한 주민들에게 추가 보상금을 추고,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미국에선 기존 전력망에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려 노후 전선 교체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각국서 쏟아지는 ‘송배전망 건설’ 묘수
주민 수용성 높이기 위해 각국은 ‘파격적 보상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독일은 2019년 ‘송전망 건설 촉진법’을 개정해 토지 보상 수준을 높였고, 8주 이내에 보상 절차에 합의한 주민들에 대해 토지 보상금의 75% 수준 ‘간소화 보상금’을 추가 지급한다. 영국은 12주 이내, 네덜란드는 6주 이내에 합의해준 주민들에게 각각 50%와 20%의 추가 보상금을 준다. 이 외에도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송배전망 건설 계획 단계부터 정확한 정보와 진행 상황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하게 공개하는 등 정보 공개 투명성도 높이고 있다.
주요국에선 적극적으로 기업을 송배전망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투자를 받는다. 우리나라 한국전력처럼 공기업이나 정부가 홀로 송배전망을 건설하는 것보다 막대한 건설 비용과 주민 보상금 마련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영국과 덴마크를 잇는 육해상 송전선로 ‘바이킹 링크’에는 영국 민간 에너지 기업 ‘내셔널 그리드’가 참여했고, 전체 비용의 25%를 민간에서 투자받았다.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하는 추세다. 네덜란드는 전력망 건설을 단축하기 위해 특정 규모 이상의 전력망 구축 사업을 ‘필수 송전망 프로젝트’로 지정하고, 인허가 기한을 9∼12개월 이내로 제한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가 필수 송전망 프로젝트의 인허가가 1년 이상 늦어질 경우 강제 승인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법제화했고, 독일은 2019년까지 10년에 걸쳐 ‘송전망 건설 가속화 법’을 재개정하면서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 법을 적용받는 송배전선의 범위를 넓혔다.
◇노후 송전망 교체로 수송 효율 높여
송배전망을 빠르게 새로 지으면 좋겠지만, 지연을 최소화해도 건설 계획부터 상업 운영까진 수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당장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해외에선 노후 전력망을 교체하는 ‘리컨덕터링(Reconductoring)’도 활발하다. 이는 기존 전선을 가볍고 밀도가 높은 광섬유 케이블로 교체하는 작업으로 용량을 최대 2배까지 증가시킨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노후 송배전선 교체 시 환경 평가 등을 면제해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UC버클리의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방법으로 향후 필요한 전력의 최대 80%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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