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이 맞서 ‘어펜저스’ 신화 완성하겠다

장민석 기자 2024. 6. 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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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D-50
펜싱 남자 사브르 에이스 오상욱
‘펜싱의 심장’으로 갑니다 - 지난달 서울 성동구 한 펜싱 클럽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오상욱. 그는 “도쿄 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고 나니 기쁘면서도 이제 끝났다는 마음에 맥이 탁 풀렸는데 이번에도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다음 달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서 펜싱은 전 세계 스포츠 팬들 시선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 경기장은 그랑 팔레(Grand Palais).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립된 아르누보 스타일 유서 깊은 그 건물에서 검객들이 합을 겨룬다. 그 무대를 화려하게 빛낼 선봉에 한국 검사(劍士)들이 있다.

세계 최강(랭킹 1위)으로 통하는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들은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2016년 리우는 단체전이 열리지 않음)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3연패(連覇) 위업에 도전한다. 3년 전 도쿄에서 ‘막내 에이스’로 금메달을 찔렀던 오상욱(28)은 이번 단체전에도 마지막 세 번째 검객으로 나서 승부를 매조지 한다는 각오다. 첫 개인전 금메달도 노린다.

최근 서울 한 펜싱 클럽에서 만난 오상욱은 펜싱 선수 출신 친형 오상민씨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보통 쉬는 날이면 칼도 안 잡고 펜싱 생각도 안 하거든요. 근데 지금은 ‘불타오르네’ 모드랄까요? 연달아 박살나고 나니 정말 이기고 싶어졌거든요.”

그래픽=박상훈

한국 ‘어펜저스(펜싱+어벤저스)’는 지금 과도기다. 도쿄 올림픽과 세 차례 세계선수권, 두 차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던 김정환(41)과 김준호(30)가 각각 부상과 은퇴로 빠진 가운데 이제 신예 박상원(24)과 도경동(25)이 합류한 ‘뉴 어펜저스’로 파리에 나간다. 오상욱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서 8강에서 탈락했다. 이어진 마드리드 월드컵 개인전에선 16강, 단체전에서는 8강에서 떨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도 그는 구본길(35)에 이어 이젠 대표팀 내 작은 형 역할을 하면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사명감을 다지고 있다. 오상욱은 “어릴 땐 상대가 누구든 ‘쟤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덤벼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후배들도 그렇게 파리에서 겁 없이 맞붙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과 민첩성이 뛰어난 박상원이 구본길·오상욱과 함께 단체전 주전 3인방을 이루고, 피지컬(키 188cm)이 좋은 도경동이 언제든 출격 대기한다.

서울 성동구 아지트 펜싱클럽에서 파리 올림픽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오상욱 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오상욱은 큰 키(192cm)와 긴 리치(205cm·양팔을 벌렸을 때 길이), 여기에 스피드와 유연성까지 갖췄다. 국제 무대에서 ‘몬스터(괴물)’로 불린 이유다. 팔과 다리를 쭉 뻗어 길게 찌르는 ‘팡트(Fente)’로 세계를 호령하며 23세이던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개인·단체전을 석권했다.

그는 이제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많아져 고민이라고 했다. “한창땐 공격이 잘 안 돼도 ‘계속 막아 봐. 내가 뚫어줄게’ 하며 줄기차게 찔렀는데 최근엔 공격이 막히면 그쪽을 피해 다른 곳을 노려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형이 그 모습을 보고 ‘승부를 회피하지 말고 내가 알던 동생으로 돌아오라’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2022년 12월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던 그는 올해 초엔 손목을 다쳐 한동안 검을 놓으면서 개인전 세계 랭킹이 9위까지 내려갔다. “부상 핑계는 대고 싶지 않습니다. 몸 상태는 좋고요. 정신만 차리면 됩니다.”

서울 성동구 아지트 펜싱클럽에서 파리 올림픽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오상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한국을 막아설 가장 강력한 후보는 미국(2위). 한국은 19세 신예 콜린 히스콕을 앞세운 미국과 올해 세 차례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어 두 번 지고 한 번 이겼다. 오상욱은 “변칙 스텝을 밟는 등 미국 선수들이 낯선 건 사실인데 그래도 미리 겪어 봐 다행”이라며 “강력한 경쟁 팀이 생기면서 우리 넷은 더 똘똘 뭉치게 됐다”고 했다.

오상욱은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광역시청 소속인 토박이다. 도쿄 올림픽 이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동료와 둘이서 비빔면 7개를 끓여 먹는 ‘먹방’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엔 대전 단골 식당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파리로 떠나고 싶다고 했다. “펜싱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이젠 좀 더 꿈이 커졌어요. 스포츠 선수 하면 떠오르는 이름 중에 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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