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알테쉬’ 공세 맞서… 신세계·CJ 손 잡았다

두 그룹 수뇌부 총출동해 전방위 사업 제휴 체결식

5일 서울 CJ인재원에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가졌다. 체결식에 (왼쪽부터)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위수연 신세계프라퍼티 컨텐츠본부장이 참석했다. /신세계·CJ그룹

국내 유통업계 1위 신세계그룹과 물류, 식품 제조 1위인 CJ그룹이 손을 잡았다. 두 그룹은 5일 서울 CJ인재원에서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가졌다. 신세계의 물류 상당 부분을 CJ가 맡고, 나아가 두 그룹이 상품 개발을 함께하고, 멤버십 혜택을 공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재계에선 중국의 알리·테무·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와 쿠팡 등 이커머스의 공세에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신세계와 소비자, 고객사 확대가 필요한 CJ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로의 약한 고리를 채워주는 협력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 상황을 두 그룹이 규모의 경제로 돌파해내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수뇌부 총출동해 사업 제휴 합의

기업 간 양해각서(MOU) 체결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신세계와 CJ의 사업 제휴에 대해선 일반적인 MOU 체결 수준을 넘어선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이날 체결식에는 신세계그룹에서 임영록 경영전략실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위수연 신세계프라퍼티 컨텐츠본부장이, CJ그룹에서는 김홍기 지주사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가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 그룹의 총수를 제외한 수뇌부가 총출동한 것”이라며 “협업에 대한 두 그룹의 기대감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두 그룹은 당장 ‘물류’ 분야에서 협업에 나선다. 이르면 7월부터 G마켓의 익일 보장 택배가 CJ대한통운을 통해 이뤄진다. 종전에는 오후 8시까지 주문해야 다음 날 도착이 예정됐다면, 앞으로는 자정까지 주문하면 CJ대한통운을 통해 다음 날 받을 수 있게 된다. SSG닷컴은 김포 2곳과 오포에 있는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매각하고, 배송 업무를 CJ대한통운에 맡기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CJ와 신세계는 물류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는 방안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물류 협업은 특히 온라인 물류 강화 방안을 찾겠다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비가 포함된 판관비는 이마트를 포함한 유통 기업의 고질적인 고민거리다. 1분기 이마트(연결 기준)의 판관비는 전체 매출의 30.3%에 달한다. 이마트를 별도로 봐도 판관비가 22.7%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물류비가 포함되는 판관비를 낮추지 않으면 알테쉬 등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CJ와의 협업으로 물류 비용을 절감해 본래 강점인 신선 식품 분야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CJ대한통운의 물량 가운데 신세계의 물량이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CJ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고객사의 물류를 총괄하는 제3자 물류(3PL)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두 그룹 부족한 퍼즐 맞춘다”

신세계와 CJ는 이마트,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상품 개발도 함께 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와 접점이 큰 이마트는 고객 구매 데이터를 통해 현재 무엇이 팔리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식품 제조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은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어 신속하게 대량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두 기업이 손을 잡으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맞춤형 제품을 적기에 만들어 이마트, SSG닷컴 등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 그룹이 서로 부족한 퍼즐을 맞추고 강점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사업 제휴를 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두 그룹은 또한 미디어 사업과 콘텐츠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이날 발표 내용에 담기지 않았다. 두 그룹은 멤버십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멤버십 혜택을 공유해 적립처와 사용처 등을 늘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두 그룹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양사의 성장성을 제고하고 고객 만족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