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록 음악의 계보… 들국화·부활, 40년 만에 만났다
1980년대 록 밴드 음악을 이끈 ‘들국화’의 전인권(70)과 ‘부활’의 김태원(59)이 손을 잡고 다시 ‘록의 시대’를 선언했다. 둘은 15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각각 ‘부활’과 ‘전인권 밴드’를 이끌고 공연을 펼친다. 둘이 함께하는 첫 합동 콘서트(티켓값 7만7000~12만1000원)다. 공연 제목은 ‘The Age of Rock(록의 시대)’. 부제를 ‘우리는 여전히 록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로 달았다.
최근 만난 두 사람은 40년 이상 록 음악을 계속한 이유로 ‘멋’을 꼽았다. “그룹사운드 하는 걸 ‘멋’으로 생각했어요. ‘들국화’의 리드보컬이란 사실 자체가 굉장히 자랑스러웠어요.”(전인권) “당시 대학가요제가 그룹사운드 태동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당시 기타를 치다 미쳐서 끝까지 친 사람, 중도 포기한 사람으로 갈렸을 뿐이죠.”(김태원)
둘은 록 음악 부활에 대한 사명감을 나타냈다. 김태원은 “지난해 한 밴드 음악 경연 방송에서 전인권 형님과 만났고, 록 음악 무대를 계속 넓혀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전인권이 말했다. “지금 음악이 깨어 있지 못해요. 많이 죽었어요. 록이 상품화됐고요. 록 음악의 미래를 많이 걱정합니다.”
1980년대엔 록 음악 전성시대였다. 들국화와 부활 외에도 다섯손가락, 시나위, 백두산 같은 실력파 밴드들이 쏟아졌다. 둘은 그 자양분으로 1970년대 서울에 집중적으로 생겼던 음악감상실과 라이브클럽을 꼽았다. 전인권은 “돈이 허락하는 한 당대 실력자들의 음악을 저녁 내내 구경할 기회였다”면서 “‘가스통’ ‘쉘부르’ 같은 통기타 업소들도 록 밴드에 영향을 미쳤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이장희 선배 노래가 밴드들 사이에서 인기였다”고 했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 그때를 잘 재현했어요.”(김태원) “‘고고고’ ‘팽고팽고’ 등 클럽이 유명했고, 서울 명동의 ‘홀리데이 서울’이 최고 무대였어요. 우리 음악의 르네상스 시기였죠.”(전인권)
신군부가 등장한 1980년대는 오히려 반항적인 록 음악이 인기를 끌었다. 전인권은 “들국화가 1985년 등장했을 때 이미 장발이나 야간 공연이 자유롭게 가능했다”면서 “공연이 활성화됐고, 들국화는 사실 당시 분위기 덕을 봤다”고 했다. 김태원은 “당시 알아주는 음악인은 서대문 서문악기사를 메카처럼 여기며 다 모였다. 63빌딩 호텔 컨벤션센터 무대는 특히 메이저로 등극하면 설 수 있던 곳”이라고 기억했다.
두 사람은 과거 약물 중독으로 물의를 빚었고 이를 극복한 공통점도 갖고 있다. 올 하반기엔 각각 정규 앨범도 낼 계획이다. 전인권은 “이달부터 녹음해 총 10곡을 9월 발매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태원은 “부활 14집 작업에 착수했다”고 했다.
음악을 40년 가까이 계속하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음악이 절 가둬놓은 느낌을 받았어요. 살면서 어떤 큰일을 겪어도 거길 떠날 수 없는 거예요. 음악에 미친 거죠.”(김태원) “제가 좋아하는 ‘닐 영’이 ‘The Needle And The Damage Done’에서 ‘모든 마약 환자에겐 희망이 없다’고 노래했죠. 전 ‘아닐걸?’ 했어요. 제겐 가족이 있으니까요. 이런저런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젠 딸과 아들을 보면 힘이 생겨요. 그게 제 음악을 만드는 힘이에요.”(전인권)
☞전인권·김태원
전인권(70)은 1979년 그룹 ‘따로 또 같이’로 데뷔, 1985년 밴드 들국화 활동을 시작했다. 절규하는 듯한 음색으로 유명하다. 대표곡 ‘그것만이 내 세상’ ‘행진’ ‘걱정말아요 그대’ 등. 들국화가 활동을 중단한 2014년부터 전인권 밴드를 이끌고 있다. 김태원(59)은 1985년 밴드 ‘부활’의 리더로 데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네버엔딩 스토리’ 등 서정적인 록 음악을 작곡해 사랑받았다. 김종서, 이승철, 박완규 등 걸출한 보컬이 부활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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