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 한 채 중산층도 상속세 걱정, 정상 아니야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국민의힘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 민주당 의원은 28년째 5억원으로 묶여 있는 일괄 공제 금액을 올리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상속세 개편을 ‘부자 감세’라고 반대해 왔는데 전향적인 태도 변화다.
우리 상속세 제도는 2000년 최고 세율을 50%(기업 최대 주주는 60%)로 올리고, 최고 세율 과표 구간을 50억원에서 30억원 초과로 낮춘 이후 24년 동안 세율과 과표가 그대로다. 상속세 공제 한도 10억원과 일괄 공제액 5억원은 1997년 이후 28년째 묶여 있다. 그 사이 국민소득은 4배 커졌고, 집값은 10배 이상 불어났다. 1997년엔 서울 강남 압구정동 60평 아파트를 물려받아야 상속세 대상이 됐지만, 지금은 서울의 20~30평대 아파트라도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 결과 상속세 납부액이 2000년 5137억원에서 2021년 5조1764억원으로 20년 새 10배로 불어났다. 상속세가 ‘중산층 징벌 세금’처럼 된 것이다.
기업 관련 상속세는 더 가혹하다. 두세 번 상속세를 내면 경영권이 사라진다고 할 정도로 비상식적 세금이 됐다. 과도한 기업 상속세는 대주주들이 주가 상승을 꺼리게 만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부추긴다. OECD 37국 가운데 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 등 15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미국에선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상속세 공제 한도를 늘려주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상속세 공제 한도는 1290만달러(약 176억원)로, 부부 합산으로는 350억원 정도의 재산은 세금 없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상속세 최대 주주 할증 제도 폐지, 각 자녀가 실제 상속받은 유산에만 세금을 매기는 ‘유산 취득세’ 도입 등 상속세 개편을 추진해 왔지만, 민주당이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반대해 진척이 없었다. 삼성 일가의 상속세 12조원,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등을 계기로 낡고 과도한 상속세가 투자·고용에 악영향을 주고, 경제의 선순환을 저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업과 함께 일반 중산층에 가해지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낮춰야 할 때가 지났다. 상속세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이끌었을 것이다. 22대 국회는 소득·자산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해 상속세 공제 한도·과표 구간 상향 조정, 최고 세율 인하 등 대대적인 상속세 개편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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