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변협의 집단 이기, 외국에 법률 시장 다 내줄 것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3월 일반인을 상대로 ‘인공지능(AI)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선보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들을 징계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변호사 업무로 돈을 벌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AI가 사실상 변호사 업무를 해서 로펌이 이익을 보니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료 법률 상담이 어떻게 바로 로펌 이득으로 연결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변협은 이 서비스가 개인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징계를 추진한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리걸 테크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영업하면서 법률 시장을 키우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변협은 그 싹을 자르려 한다. 소비자 편익은 무시한 집단이기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변협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 기업 로톡이 변호사와 사건 의뢰인을 인터넷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내놨을 때도 이렇게 대응했다. 검찰에 고발했는데 무혐의 처리되자, 자체 징계 규정을 만들어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이 갈등이 끝나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 그 사이 로톡은 회원 변호사 급감으로 경영난에 빠져 사옥을 매각하고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무료 AI 서비스에 관여한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 글로벌 법률 정보업체가 AI와의 대화를 통해 미국 판례, 법률 해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 출시했다. 이 업체는 한국 법률에 특화된 AI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국내 법률 시장을 외국 기업이 독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미 대세가 된 AI 혁신 물결 앞에 변협은 낡은 ‘면허증’만 지키려 한다. 면허증 직업이 경쟁과 발전이 아니라 진입 장벽만 쌓으려 하면 어느 날 몰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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