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펀타인 파빌리온' 조민석 "한상차림에서 나만의 서사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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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가 코스로 놀라운 요리의 서사를 풀어낼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엔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사에 가깝습니다. 한상 차린 식탁에 둘러앉아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으면서도 함께 즐기는 거죠."
세계적인 건축가의 실험무대로 꼽히는 영국 런던 서펀타인 파빌리온의 올해 설계를 맡은 건축가 조민석 매스스터디 대표는 5일(현지시간) 사전 공개 행사에서 이번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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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비워두면 가능성 생겨…사람들의 행위가 모뉴먼트"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셰프가 코스로 놀라운 요리의 서사를 풀어낼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엔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사에 가깝습니다. 한상 차린 식탁에 둘러앉아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으면서도 함께 즐기는 거죠."
세계적인 건축가의 실험무대로 꼽히는 영국 런던 서펀타인 파빌리온의 올해 설계를 맡은 건축가 조민석 매스스터디 대표는 5일(현지시간) 사전 공개 행사에서 이번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조 대표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자신만의 서사와 경험을 찾고 서로 다른 기억을 불러 모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왕실 공원인 켄싱턴 가든에 있는 서펀타인 파빌리온은 서펀타인 갤러리가 2000년부터 해마다 주목받는 건축가를 선정해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건축물이다. 공원을 찾는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되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동안 자하 하디드, 페터 춤토르, 렘 콜하스 등 건축계 거장이 참여했고 건축계 최고 권위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해 '작은 프리츠커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 건축가로는 최초로 설계를 맡은 조 대표는 이날 중심부에 있는 크고 둥근 마당을 갤러리, 도서관, 티하우스, 플레이타워, 강당 등 5개의 공간이 에워싼 형태의 올해 파빌리온을 처음 공개했다.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파빌리온의 중심 공간인 마당은 각각 다른 용도와 형태의 군도를 잇는 구심점이면서도 텅 빈 그대로의 여백이다.
마당과 여백이라는 한국적인 개념이 짙푸른 초여름 영국의 공원과 어우러진다.
공개 행사 직후 연합뉴스와 만난 조 대표는 "파빌리온이 이번에 23번째다. 이전 건축가들을 존경하지만 반복할 수는 없었다. '007 영화' 시리즈처럼 오랜 글로벌 프로젝트이기에 새로운 걸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의 파빌리온이 가장 많이 채워 넣었던 공간을 비워두는 '역선택'을 했다. 이렇게 탄생한 마당은 각각 다른 공간 사이에 거리를 유지해 주면서도 다양한 사람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다.
조 대표는 "비워놓으면 더 많은 가능성이 생긴다"며 "서양 건축에는 이렇게 모여드는 공간에는 모뉴먼트(기념비)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비워진 곳에 들어와서 하는 사람들의 행위가 바로 모뉴먼트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건축가로서 조 대표는 가장 큰 영감을 받는 것은 '장소'라고 했다.
서펀타인 파빌리온이 자리한 켄싱턴 가든은 켄싱턴궁의 정원이었다가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공원이 된 곳이다.
조 대표는 "아름다운 공간을 시민에게 내어주고 점점 성숙한 시민사회로 옮겨 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같은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서펀타인 파빌리온은 오는 7일부터 10월 27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조 대표를 이곳으로 이끈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서펀타인 갤러리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은 한국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약속의 연장선"이라며 2018년 이우환의 전시, 2020년 방탄소년단(BTS)의 프로젝트 등 서펀타인 갤러리와 한국 예술가의 인연을 소개했다.
한국 건축가로서 처음 파빌리온 설계를 맡은 데 대해 조 대표는 "어쩌다가 운이 좋았다"며 "한국에 좋은 동기 부여가 되면 좋겠다. 좋은 건축가가 많으니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서는 하던 대로 건축가로서 일상을 이어가겠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모든 게 빨리 움직이는 세상에서 건축은 그 자체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며 "느리게 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복잡하게 부딪히며 하는 작업이 건축가의 일상이다. 지금(파빌리온)은 화려한 부분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리움도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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