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6월4일 中의 두 얼굴… 천안문 지우기 vs 달 뒷면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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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6월 4일이 없다.
포털에서 6월 4일을 검색하면 "해당 결과를 찾을 수 없다"는 글이 뜬다.
중국 메신저에선 6월 4일이 포함돼 있으면 문자가 전달되지 않는다.
1989년 봄 중국에서 개방파 공산당 총서기가 숨진 뒤 시작된 민주화 및 반부패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덩샤오핑이 무자비하게 탱크로 진압한 날이 바로 6월 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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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에도 무자비했지만 1인당 소득이 1만3000달러에 이른 지금도 그날의 기억을 지우겠다는 당국의 뜻은 여전하다. 그제 네덜란드 기자가 중국 외교부 대변인에게 “사실상의 학살이었던 그 사건”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항의 풍파(소동)는 이미 끝난 일”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런 뒤 외교부는 이 대목을 삭제한 속기록을 공개했다. 톈안먼(天安門) 망루 관광이 하루 중단됐고,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걸 막기 위해 온라인 게임 사용자가 프로필 사진이나 아이디를 변경하는 것이 금지됐다. 일요일에 발간된 홍콩 종교 전문 주간신문의 1면은 백지로 나왔다.
▷같은 6월 4일이지만 달에선 중국의 우주 굴기(崛起)가 빛을 발했다.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달의 여신) 6호’는 달 뒷면에 착륙한 지 이틀 만에 로봇 팔로 토양과 암석 2kg 정도를 채취한 뒤 지구 복귀에 나섰다. 달 뒷면 착륙도, 뒷면 암석 채취도 인류 최초다. 달은 자전주기와 지구를 도는 공전주기가 모두 28일이다. 그래서 지구를 향해 늘 같은 쪽 절반(앞면)만 보여 준다. 역사상 달 토양 채취는 미국이 5번, 옛 소비에트가 3번 성공했지만 모두 앞면의 일이었다.
▷달의 뒷면은 앞면보다 울퉁불퉁해 착륙이 더 어렵고, 지구와는 직선 무선 통신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오작교라는 이름을 붙인 통신 중계위성을 미리 띄워 뒷면-오작교-베이징 3자 통신에 성공했다. 달 뒷면은 헬륨 3가 더 많아 광물 자원화 가능성이 더 크고, 소행성 충돌도 잦아 달 생성과 진화의 비밀을 풀 열쇠를 지녔다고 한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내려서서 성조기를 내건 뒤 미국이 달을 잊은 듯한 사이 중국은 오성홍기를 달 뒷면에 펼쳤다.
▷6월 4일의 두 얼굴은 중국에 대해 묻게 만든다. 억압과 창의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 걸까. 달 뒷면 탐사는 과학 역량은 물론이고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도전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국가적 투자는 물론 과학자의 자유로운 사고와 연구 투명성이 불가결한 요소다. 베이징 권부가 개개인의 기억마저 장악하려는 6월 4일의 비극과 상충된다. 중국은 자유와 통제의 기로에 선 걸까. 아니면 국가 과학이 억압과 공생하는 두 얼굴이 상당 기간 유지되는 것인가.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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