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장택동]검사 파면, 유독 어려워야 할 이유 있나

장택동 논설위원 2024. 6. 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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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태만, 소극 행정, 지시 사항 불이행, 친절·공정의 의무 위반. 일반 공무원들은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이런 다양한 사유로 파면될 수 있다.

결국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손 검사 파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미 기소된 지 2년 이상 지났고 언제 재판이 끝날지 모르는데 그동안 손 검사는 아무 제약 없이 재직할 수 있다.

이후 손 검사는 유죄 판결을 받았고, 헌법재판관 다수가 안 검사의 위법 행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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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논설위원
직무 태만, 소극 행정, 지시 사항 불이행, 친절·공정의 의무 위반…. 일반 공무원들은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이런 다양한 사유로 파면될 수 있다. 기소 여부나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징계위원회에서 심의해서 결정하게 된다.

검사는 다르다. 징계위원회에서 정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는 해임이다. 파면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에 규정돼 있다. 파면과 해임 모두 공무원을 강제로 퇴직시킨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퇴직급여 감액, 공무원 재임용 결격 기간 등 불이익의 정도에서 차이가 크다.

검사에게 더욱 민감한 부분은 변호사 활동 제한 기간인데 파면이 해임보다 2년 더 길다. 한 검사 출신 국회의원은 “검사장 출신 전관은 착수금을 5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받는다”고 했다. 재직 당시 직급이나 직무에 따라 금액에 차이는 있겠지만, 퇴직한 검사에게 변호사로서의 2년이 얼마나 천금 같은 시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위법 기소’ 인정된 검사 파면 못 해

이런 ‘특별대우’를 받는 공무원은 판사와 검사뿐이다. 판사에 대해선 헌법에 관련 조항이 명시돼 있다. 반면 검사에 대해선 헌법이 아닌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행정부 소속 공무원 중에선 유독 검사만 판사 수준으로 신분을 보장하도록 법을 만든 것이다. 그 이유는 “법원과 함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는 기본권 보장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기”(이효원 서울대 교수) 때문일 것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검사가 국민을 무리하게 재판정에 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보복 기소’를 했다는 이유로 검사로선 처음으로 탄핵소추된 안동완 검사의 경우 대법원이 자의적 기소라는 점을 인정했고, 헌법재판관 중 3분의 2가 위법한 기소라는 점을 인정했는데도 탄핵은 기각됐다.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인데, 본분을 저버린 검사의 직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 타당했는지 의문이다.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파면 요건을 엄격하게 정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정치권이 검찰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검사 탄핵을 남발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그렇지만 안 검사의 사례처럼 애초에 탄핵의 명분이 될 만한 부당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적 중립 보장’ 취지에도 어긋나

오히려 까다로운 파면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은 검사를 보호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고발 사주’ 의혹의 손준성 검사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손 검사 탄핵소추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탄핵심판은 멈춘 상태다. 탄핵이 청구된 것과 같은 사유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을 경우 탄핵 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규정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손 검사 파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미 기소된 지 2년 이상 지났고 언제 재판이 끝날지 모르는데 그동안 손 검사는 아무 제약 없이 재직할 수 있다.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야당이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검찰은 “권력을 남용한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손 검사는 유죄 판결을 받았고, 헌법재판관 다수가 안 검사의 위법 행위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검찰에서는 자성의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여론은 싸늘해지고, 검사 파면 요건을 완화하도록 법을 고치자는 요구는 커지게 될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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