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신경영’ 30년 이후 삼성의 위기
파운드리도 TSMC 격차 더 벌어져
현실 안주 만연하고 리더십도 표류
반성·성찰로 다시 혁신 DNA 깨워야
‘반도체의 나라’ 대만이 들썩이고 있다. 정보기술(IT)박람회 ‘컴퓨텍스 2024’가 4일부터 나흘간 열리고 있는데 글로벌 빅테크업계의 거물들이 대거 모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최강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출시하는 차세대 AI 칩(가속기) ‘루빈’을 공개했다. 그는 “대만과 우리의 파트너십이 세계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대만 TSMC가 도맡아 만든다. 그는 수도 타이베이의 야시장에서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을 만나 끈끈한 유대를 과시했다. 인텔·AMD·퀄컴·ARM 등 빅테크 기업의 CEO와 창업자도 신제품을 선보이며 AI 전략을 공표했다. 그 덕에 존재감이 미미했던 컴퓨텍스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대만의 AI 파워를 각인시켰다.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시장에서 만년 2등이던 SK하이닉스에 뒤처진 건 삼성의 흑역사로 남을 듯하다. 하이닉스가 HBM을 처음 개발했지만 양산은 삼성이 앞섰다. 삼성 경영진은 HBM 연구개발을 미적대다 2019년 개발팀까지 해체했다. D램이 수익을 내는 터라 HBM의 잠재력을 오판한 것이다. 경영진은 AI 열풍에 새 시장이 열렸는데도 애써 무시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삼성은 1년이 다 가도록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젠슨 황이 그제 “삼성의 최신 HBM이 인증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기약이 없다. 젠슨 황의 발언에 춤을 추는 주가는 삼성의 딱한 처지를 드러낸다.
삼성은 메모리와 설계, 파운드리, 패키징을 다 하는 ‘턴키 서비스’를 자랑했지만 외려 화를 키웠다. 애플 휴대폰, 퀄컴의 AP(두뇌 칩) 스냅드래곤 위탁생산이 TSMC에 넘어갔다. 구글도 내년 중 삼성이 맡았던 스마트폰 칩 생산을 TSMC로 옮겨갈 것으로 전해진다. 빅테크 기업으로서는 모토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와는 달리 경쟁제품을 만드는 삼성에 맡기는 게 부담스럽다. 이재용 회장이 2030년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에서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 5년이 흘렀지만 TSMC와 점유율 격차는 그 사이 약 30%포인트에서 50%포인트로 커졌다.
공교롭게 삼성 기념일에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선언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7일 조합원들의 단체 연차휴가를 시작으로 총파업까지 가는 단계를 밟겠다고 한다. 전삼노 조합원이 전체 직원의 22% 수준인 2만8400명에 달하며 대부분 반도체부문(DS) 직원들이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라인이 멈추지 말란 법이 없다.
사방에서 악재가 터지는데 총수의 비전과 통찰력은 보이지 않고 스타 경영진도 찾기 힘들다. 미국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이 성공에서 생기는 자만, 원칙 없는 사업확장, 위기 부정, 구원 요청, 회복 불가의 5단계를 거쳐 몰락한다고 봤다. 삼성은 이런 징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나. 늦기 전에 내부 반성과 성찰로 다시 혁신과 도전의 DNA를 깨워야 할 때다.
주춘렬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