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전주영]‘천안함 모자’와 ‘격노설’… 윤 대통령의 진짜 모습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종 산책할 때 'ROK NAVY/PCC-772'라고 적힌 천안함 모자를 썼다.
그런데 요즘엔 천안함 모자를 눌러쓰며 보훈 행보를 강조하던 윤 대통령의 모습이 약화된 듯하다.
박 대령의 조사 내용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당시 판단, 이 전 장관과의 통화 내용을 국민 앞에 솔직히 얘기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제복 공무원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는 윤 대통령의 본래 모습일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종 산책할 때 ‘ROK NAVY/PCC-772’라고 적힌 천안함 모자를 썼다. 2021년 6월 대선 출마 선언 전 서초동에서, 당선 후 해외 순방지인 프랑스 파리, 리투아니아 빌뉴스, 영국 런던에서 이 천안함 모자를 썼다. 지난해 여름 휴가 때도 그는 천안함 모자와 티셔츠 차림으로 진해 해군기지에서 장병들을 격려했다.
국가유공자 예우의 격을 높이고 군인, 경찰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제복 공무원을 위한 예우 강화는 윤 대통령이 줄곧 강조한 현 정부의 정체성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세력 성향에 따라 부침을 겪던 국가보훈처를 지난해 국가보훈부로 격상시켰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 ‘군인 월급 200만 원’을 지키기 위해 실제 군인 월급을 대폭 올렸다. 지난해 현충일에는 “나라의 안위,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제복 입은 영웅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당선 전이나 후나 변함없는 일관된 대통령의 모습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요즘엔 천안함 모자를 눌러쓰며 보훈 행보를 강조하던 윤 대통령의 모습이 약화된 듯하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과 그를 둘러싼 이른바 ‘VIP 격노설’이 부각되다 보니 제복 공무원을 예우하는 윤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가 상대적으로 흐려지는 양상이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의 폭우 피해 복구를 위해 대민지원을 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가유공자로서 최고 예우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사건을 조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수사 외압을 주장하고 있다.
수사 외압 논란의 핵심인 윤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통화 날짜는 지난해 8월 2, 8일.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기간이다.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 참모들에게 “(사실상) 잼버리 휴가”라며 허탈하게 웃었다고 한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부실 준비 논란을 빚어 파행함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군인, 경찰력을 지원받아서라도 사태를 수습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휴가지인 저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잼버리 현장에 한 번 더 방문하려 했지만 열이 39도까지 올라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이에 참모들은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를 두고 “군의 잼버리 대민지원 통화”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입을 닫고 있다. 그사이 각종 보도들이 나와 의혹은 더 커졌다. 이를 답답하게 지켜본 여권 고위 관계자는 “법조인이 아닌 박 대령이 수사 권한 없이 수사 외압을 말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애초 박 대령이 피의자를 누구로 하든 경찰에 귀속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오히려 사단장부터 싹 다 처벌하는 게 대통령 입장에선 더 쉬웠을 것”이라 했다. 실제로 형사책임을 질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률가 출신으로서 윤 대통령의 판단은 일관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박 대령의 조사 내용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당시 판단, 이 전 장관과의 통화 내용을 국민 앞에 솔직히 얘기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제복 공무원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는 윤 대통령의 본래 모습일 것이다.
전주영 정치부 기자 aimhigh@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與, ‘2인 지도체제’ 논의 논란…친한-친윤 일제히 반대
- 첫 ‘與 거부 개원국회’서 뽑힌 우원식, ‘정치 복원’ 최우선으로 [사설]
- 여야 각론 다르지만 “상속세 완화”… 개편 기회 반드시 살려야 [사설]
- 역대 두번째로 따뜻했던 올해 봄, 최근 3년간 역대 봄철 고온 1~3위 싹쓸이
- [횡설수설/김승련]6월4일 中의 두 얼굴… 천안문 지우기 vs 달 뒷면 탐사
- 대통령실, 한덕수 총리 교체전 장·차관 먼저 개각할 듯
-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무조건 병원부터 간다.
- [광화문에서/전주영]‘천안함 모자’와 ‘격노설’… 윤 대통령의 진짜 모습은
- 김정숙 ‘인도 순방’ 논란에 직접 입 연 文 “치졸한 시비…아내 등 떠밀려 갔다”
- 9·19정지 다음날 뜬 ‘B-1B’…7년 만에 폭탄 투하 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