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직원의 공영방송 정치독립법 요구가 정치 중립 위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야7당 언론탄압저지 공대위 참석자 조치 요구
당사자들 "공정 방송 목소리, 정치 운동 덧씌워 입틀막" 여당 비판
대법원 "공정방송은 공영방송 종사자의 근로 조건에 해당" 판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가 언론탄압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KBS MBC EBS YTN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조 간부들을 지목해 사규상 정치중립을 위반했다며 조치를 취하라고 밝혀 논란이다. 해당 출범식에 참석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과 MBC본부장은 저열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공정방송 환경'이 공영방송 종사자의 근로조건이라고 한 대법원 판결을 들어 “노동조합 활동까지 입틀막하려는 것이냐”, “공영방송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5일 오후 성명을 내고 전날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야 7당의 '언론탄압저지 공대위' 출범식에 공영방송 KBS, MBC, EBS와 YTN,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면서 정치활동 금지, 정치중립 준수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특위는 “야당이 주도해서 개최했고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강한 비판적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정치운동'에 해당한다”며 “정치 중립의 책무를 엄중히 준수해야 할 공영방송·공적방송·준공공기관의 직원이 버젓이 참석한 것은 당연히 규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특위는 '직원은 정치활동에 참여하거나 정치단체의 구성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KBS 취업규칙 7조), '직원의 정치중립 준수를 의무화'(MBC의 취업규칙 제6조의2)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특위는 “말로는 공영방송을 중립으로 외치며, 정작 공영방송 정치화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자기모순 집단'임을 국민 앞에 고백한 셈”이라며 “해당 출범식에 참석한 논란의 인사들에 대해서는 내부 규정에 근거해 합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며 징계를 촉구했다.
당사자들은 저열한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날 참석을 두고 “공영방송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으로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3법 개정을 촉구하는 자리였다”며 “정치적 후견주의가 분명한 현행법안을 통해 방송장악을 해온 관행을 깨고, 법을 개정하라는 것이 정치중립 위반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또 참석자들이 민주당을 비롯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본부장은 “국민의힘은 함께 참석하거나 개정 토론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이런 말도 안되는 비난을 하는 것은 (현행법을 통해) 자기들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속내를 숨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한 인사들을 방송사에 징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영방송에 부당한 개입”이라며 “정권이 하수인으로 내세운 사장들에게 징계를 조종하고 지시하는 것으로, 이게 더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노동조합 활동을 막기 위한 또다른 입틀막”이라고도 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도 같은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뻔뻔하고 저열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박 본부장은 “정치운동이 무엇인지에 규정이 먼저 필요하다”며 “야7당이 개최했지만,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당시 방송3법 입법에 '국민의힘도 동참하라'고 했다. 언론개혁에 국회가 전면적으로 나서기를 요구하는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국민의힘은)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최철호 전 KBS PD는 현직 직원 신분으로 대선 사흘전에 이재명 후보의 검사 사칭을 증언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건 괜찮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종사자들의 중요한 근로조건으로써 이를 쟁취하기 위해 입법부가 나서달라는 것을 어떻게 정치활동이라 규정할 수 있느냐”고 밝혔다.
국민의힘 특위의 '공영방송 종사자 정치중립 위반론'의 본질적 논거는 대법원이 과거 10년간의 재판에서 내놓은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공정방송 요구는 근로환경 또는 근로조건에 해당된다'는 판례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022년 12월16일 공정방송 파업을 주도한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 5명의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 확정 판결하면서 원심(서울고법)의 무죄이유를 인용했다.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김재철 사장이 공정방송의 의무를 위반하고 그 구성원들의 방송의 자유를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인 근로자의 구체적인 근로환경 또는 근로조건을 악화시켰다 할 것”, “정영하 등을 비롯한 MBC 근로자들은 그 시정을 구할 수 있다”고 판결한 대목을 소개했다. 서울고법은 “이들의 요구사항이 단순히 기존의 단체협약의 해석, 적용에 관한 사항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방송을 위한 단체협약의 이행을 실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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