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내역 보면 안다… IT소비 많으면 ‘마당발’, 톨비 매일 내면 ‘집돌이’[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4. 6. 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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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관련 소비 많은 ‘기술애호가형’… 사회관계-이동지역 다양성 높아
통행료 지출 잦은 ‘장거리 통근형’… 소비 많고 사회관계 다양성 낮아
휴대전화 데이터 함께 분석하니… 일정한 경향성 보인 그룹별 분화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용카드 사용기록과 생활 패턴




“갑자기 낯선 도시에 혼자 가게 되었는데, 단 한 가지 물건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낭만적인 물건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신용카드’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낯선 곳에서 생존의 기본은 역시 ‘의식주’가 아닐까? (돌아와서 할부금을 갚아야 하더라도).


현금 없이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신용카드는 우리의 소비 패턴과 이동 경로 등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디지털 발자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데이터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사회 전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소개하는 두 연구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첫 번째 연구(①번 논문)는 멕시코시티 15만 명의 신용카드 사용 기록을 분석하여 도시 생활 방식을 파악한 연구이다. 연구팀은 신용카드 사용 기록에서 특정 시간대에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소비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섯 가지 유형의 소비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소비 패턴이 단순히 소비 성향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연령, 성별, 소득 수준, 심지어는 휴대전화 통화 기록 분석을 통해 추정된 사회적 관계 및 이동 패턴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 소비 그룹의 휴대전화 이동 데이터를 함께 분석한 결과 통행료 지출이 잦은 ‘통근형’은 소비 수준이 가장 높고, 도시 외곽에 거주하며 장거리 이동이 잦지만, 사회관계의 다양성은 낮은 편이었다. 식료품 구매가 많은 ‘가정주부형’은 상대적으로 사회관계의 다양성이 낮고 소비 수준도 낮았지만, 평균 연령이 높고 여성 비율이 높았다. 또한, 정보기술(IT) 관련 소비가 많은 ‘기술 애호가형’은 소비 수준이 높고 사회관계나 이동 지역의 다양성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외식과 택시에 높은 소비 비중을 보이는 ‘외식 중심형’은 평균 그룹에 비해 소비 수준과 이동 다양성이 높았다. 이런 정보는 신용카드 데이터가 단순히 개인의 소비 습관을 넘어, 도시의 공간적 특성과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연구(②번 논문)는 영국 은행 고객 1306명의 신용카드 거래 명세를 분석하여 소비 패턴과 개인의 심리적 특성 사이의 관계를 밝혀낸 연구이다. 단순히 얼마를 썼는지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품목에 돈을 썼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참여자의 심리 검사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물질주의, 자기 통제력, 외향성, 신경증 등 네 가지 심리적 특성과 관련된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물질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자선 단체 기부는 덜 하지만, 도박 관련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물질적 소유를 중시하면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회적 기여에 대한 관심은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자기 통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일정하고 안정적인 소비 패턴을 유지하며 건당 평균 거래 금액이 높았다. 잦은 소액 결제보다는 필요한 물건을 계획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을 잘 보여준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외식 및 유흥’ 카테고리와 교통비에 많이 지출했고 다소 불규칙적이고 충동적인 소비 패턴을 보여주었다. 한편,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은 평균 소득과 지출액이 낮고, 특정 카테고리에 대한 소비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동시에 특정 요일에 몰아서 소비하는 경향, 즉 ‘일일 소비 집중도’가 높았다. 이는 불안정한 감정 상태가 특정 날에 폭발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마치 개인의 소비 기록이 그들의 심리 상태를 기록하는 일기장과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신용카드 사용 기록은 사회 전체의 소비 흐름, 경제 활동, 심리적 특징 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는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비현금 지급 수단의 이용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다. 따라서 신용카드 데이터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더욱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마치 수많은 점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듯, 개인의 소비 기록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이터로 그린 점묘화’를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① Di Clemente, Riccardo, et al. “Sequences of purchases in credit card data reveal lifestyles in urban populations.” Nature communications 9.1(2018): 3330.
연구② Tovanich, Natkamon, et al. “Inferring psych ological traits from spending categories and dynamic consumption patterns.” EPJ Data Science 10.1(2021): 24.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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