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도취?' 간절함 잊었나...얼빠진 호랑이, 이래선 우승 문턱도 못 간다[광주 시선]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선두 팀이 맞나 싶은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롯데 자이언츠와 만난 KIA 타이거즈의 플레이는개막 후 두 달 넘게 선두 자리를 지켜온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4일 롯데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에 5안타 무4사구 완봉패를 당한 KIA. 5일 경기도 어렵게 출발했다. 대체 선발로 출발해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찬 황동하였지만, 최근 페이스가 좋은 롯데 타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3회초 안타와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1, 2루에서 레이예스의 1, 2간 타구를 김선빈이 다이빙 캐치해 1루로 뿌리는 사이, 2루 주자가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하면서 세이프,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진 타석에서 손호영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2점차 리드를 내줬다. 황동하는 4회에도 선두 타자 안타를 내줬으나, 이후 세 타자를 차례로 처리하면서 꿋꿋하게 버텼다.
그런데 5회에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플레이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고승민이 날린 타구가 2루수 김선빈을 스쳐 우중간으로 향했다. 우익수 나성범이 먼저 글러브를 내밀었으나 잡지 못했고, 그 사이 고승민이 2루까지 뛰었다. 백업에 나선 중견수 최원준이 뒤늦게 타구를 잡아 송구했으나 고승민은 2루에 안착했다. 워낙 타구 속도가 빨랐고, 고승민의 빠른 발을 고려할 때 충분히 나올 수도 있는 2루타였다. 하지만 외야에서 타구를 빠르게 커트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여기까진 '그럴 수도 있지'하며 넘어갈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레이예스가 우측 펜스 방면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우익수 나성범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타구였고, 고승민이 3루로 진루하는 수순으로 가는 장면. 그런데 나성범은 아웃카운트를 착각한 듯 타구를 잡은 뒤 곧바로 송구에 나서지 않았고, 그 사이 태그업한 고승민은 3루를 돌아 홈으로 뛰었다. 뒤늦게 중계 플레이가 이어졌으나 실점을 막지 못했다. 나성범 뿐만 아니라 KIA 야수진 모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KIA 이범호 감독은 5회말 공격에서도 무득점에 그친 뒤 나성범을 이창진과 교체했다. KIA 관계자는 교체 사유에 대해 "부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문책성 교체.
이날 KIA를 상대한 롯데 선수들의 플레이는 전날과 다르지 않았다. 매 순간마다 간절함이 눈에 보일 정도로 경기에 집중했다. 개막 후 줄곧 하위권에 처져 있었음에도 활발한 플레이를 펼치며 롯데의 팀 컬러인 '근성야구'를 오랜만에 선보였다.
반면 최근 KIA의 플레이는 선두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모습.
KIA는 이의리와 윌 크로우가 잇달아 이탈하면서 생긴 선발진 구멍 속에 마운드 부담이 커지면서 승수 추가 속도가 더뎌진 상태. 황동하가 자리를 잡았고, 대체 외인 캠 알드레드가 합류했으나 여전히 선발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마운드 부담을 줄여줘야 할 야수진의 플레이는 실망 그 자체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와 맞대결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를 연발하고 있다. 개막 4연승, 4월 7연승 당시 거침없이 질주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그 결과 여유롭게 벌렸던 2위권과의 격차는 역전을 허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좁혀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 선수단의 각오는 대단했다.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감독 퇴진에도 서로 추스려가면서 분위기를 다잡았고, 시즌 초반 연승으로 선두 도약에 성공했다. 모두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우승은 언감생심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이럼에도 '광주의 함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올 시즌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는 비수도권 관중 동원 1위, 리그 전체 2위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이 열기는 충분히 확인됐다. 완봉패를 당한 4일엔 1만6158명의 관중이 9회말까지 자리를 지켰고, 5일엔 더 많은 1만9045명의 팬이 운집했다. 현충일인 6일 롯데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는 2만500석의 입장권 매진이 예고된 상황.
V12를 누구보다 염원하는 팬들의 응원에 KIA가 답해야 할 때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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