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 "인권은 '인간 탈을 쓴 짐승'에 보장 안 돼"

서어리 기자 2024. 6. 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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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반인권 발언 추가…인권단체 "인권위원 탈 쓴 인권위 파괴자" 맹비난

"인권은 인간에게 보장되는 것이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2024년 6월 3일 전원위원회 회의 발언 중

각종 막말로 자격 논란이 일었던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또다시 반(反)인권적 발언을 해 비판이 예상된다.

전국 34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5일 성명을 통해 "김용원 상임위원은 사형제 폐지에 대해 아예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생명권을 존중하고 지켜내려는 유엔과 전세계의 노력과 합의들을 짓밟았다"며 "인권을 짓밟는데 오히려 앞장서는 국가인권위원들에 대해 우리는 다시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지난 6월 3일에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를 현장에서 방청한 활동가들과 기자들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며 "국가인권위원의 '탈'을 쓴 이충상, 김용원 두 상임위원의 반인권적이고 차별을 조장하는 막말과 유엔 인권이사회나 조약기구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이 유엔 회원국이라는 사실조차 부정하는 목소리가 쉼 없이 들려왔다"고 전했다.

대통령 몫으로 임명장을 받은 김 상임위원은 지난 4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할 인권위 독립보고서 안건을 심의하던 중 "개전의 가능성이 없으면 사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라고 발언한 데 급기야 사형제 폐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게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공동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중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지경"이라며 "이충상, 김용원 두 상임위원이 임명된 직후부터,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반인권적이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막말은 이제 도를 한참 넘어섰다"고 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인간은 누구나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며 "설령 국가인권위원 개인이 그동안 사형제 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더라도 국가인권위원으로 활동한다면, 사형제 폐지에 관한 국제사회가 인권의 원칙으로 합의해 온 내용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역할은 정부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 하여금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도록 이끄는 것"이라며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은밀하게 자신을 임명한 정부를 보호하려 했던 인권위원들이 있긴 했지만 이토록 노골적으로 자신이 속한 국가인권기구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인권위원은 없었다. 김용원 위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용원 위원은 '인권위원의 탈을 쓴 인권위원회 파괴자'"라고 꼬집었다.

공동행동은 아울러 여당 몫 인권위원인 이충상 상임위원과 관련해서도 "특유의 인권감수성이 결여된 막말을 이어갔다"며 "김용원 상임위원의 언론 보도 공격에 편승하면서 ‘박원순 시장이 여성을 강간하지 않았는데도 강간했다는 언론보도와 같다’며, 공개된 사건조사보고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도 틀린 강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보도한 언론을 비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누구나 방청할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공개 전원위원회 회의 중에 국가인권위원이 언론보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했다.

나아가 "동료 국가인권위원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처리에 있어서 소위원회에서 한 명만 반대해도 기각되도록 운영규칙 개악에 앞장서고 있는 한석훈 국가인권위원도 문제"라며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독립보고서 심의에서도 국제사회가 그동안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고 이룩해온 인권의 기준과 합의들에 대해서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공동행동은 "인간에 대한 존중 위에서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간데없고, 인권을 짓밟는 데 오히려 앞장서는 국가인권위원들에 대해 우리는 다시 엄중히 경고한다"며 "인권을 짓밟고 소수자들을 모욕하고 폄훼한 모든 국가인권위원들에게 그들이 모욕한 인권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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