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땅값 때문에 “손 못대”…법도 있으나 마나

이준석 2024. 6. 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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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사실상 산사태나 붕괴 사고가 난 뒤에야 민간 소유 급경사지에 대한 안전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마저도 땅 주인이 거부하면 손도 댈 수 없습니다.

게다가 과태료 부과 등의 법적 조치는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주택가 급경사지.

지난해 장맛비에 사면 일부가 무너지고, 암석이 주택들을 덮쳐 주민들이 대피했습니다.

사고는 예견됐습니다.

2020년부터 관할 구청이 땅 주인에게 보강 공사를 지시했지만 비용 탓에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낙석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의 주민들까지도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사고가 난 뒤에야 '붕괴위험지구'로 지정됐고, 시비 등 4천만 원 상당이 투입해 최근 보강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정임/인근 주민 : "지금 보기에는 좋아요. 잘했다고 보는데 비가 오면 이제 어떻게 될지 그게 걱정이죠."]

3년 전 암석과 토사가 쏟아져 도로를 덮친 부산의 또 다른 급경사지.

사고가 나자 관할 구청이 예산을 투입해 안전 조치를 하려 하자 오히려 땅주인이 반발했습니다.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섭니다.

결국, 구청이 급경사지를 사야 했습니다.

급경사지 안전 점검 뒤 보강 공사를 명령하고, 이를 어길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은 있으나 마나 한 겁니다.

지자체가 우선 안전 조치를 하고 나서 소유주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법적 분쟁 탓에 쉽지 않습니다.

[부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민간인들이 전 재산을 투입해야 하는 그런 상황도 있어서 현실적으로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분들한테 경각심을 일으켜 주는 차원까지가 (최선입니다.)"]

결국, 위험한 개인 소유 급경사지는 사고가 나야 최소한의 조치가 가능하고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비가 불가능한 곳은 실시간 계측기나 CCTV를 설치하는 등 별도의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추태호/부산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 "시·군·구에 재난종합상황실이 있어요. 거기하고 연결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전에 인지할 수도 있고 대응 대비가 굉장히 신속하게 골든타임 안에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또 과태료 부과와 구상금 청구 등 행정 조치를 현실화하는 법 개정도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준석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윤동욱/영상편집:김종수/그래픽:김명진/자료조사:정혜림

이준석 기자 (alley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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