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관광객, 면세점보다 명동·홍대 상권 로드숍으로 ‘발길’
돌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홍대 상권의 패션·뷰티 로드숍으로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대세가 된 젊은 개별 여행객들의 발길이 면세점보다는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이 많은 로드숍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5일 온라인 패션플랫폼 무신사의 자체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에 따르면 지난 3월 문을 연 명동점의 외국인 고객 비중은 지난달 기준 45%에 달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도 29%였다.
티셔츠 한 벌 기준 1만~2만원대 수준인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 트렌디한 디자인 등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명동과 최근 주요 관광지로 떠오른 홍대에 다시 북적이기 시작한 외국인들이 K패션 로드숍으로 몰려든 것이다.
명동·홍대 상권의 다른 주요 로드숍들도 매출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CJ올리브영이 외국인 관광객 특화매장으로 삼은 올리브영 명동타운점과 홍대타운점은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에서 외국인 비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해당 상권에 위치한 매장 11곳에서도 매출 대부분이 외국인 고객으로부터 발생한다. 외국인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명동·홍대 상권 올리브영 매장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01%, 48% 신장했다.
최근 패션·뷰티 부문 성장세가 무서운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도 마찬가지다. 다이소는 명동 상권에서 2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외국인 고객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다이소 전체 매장에서 올해 1분기 해외 신용카드로 결제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나 늘었다. 명동·홍대 상권과 인접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매출 중 외국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35% 선에서 올해 1~5월 40%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 패턴이 단체관광에서 소규모 개별여행으로 바뀌며 로드숍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한국 콘텐츠와 K패션·뷰티 등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여행객들이 ‘가성비’가 높고 특색 있는 제품을 찾아 로드숍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개별여행을 하는 비율은 85%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9%포인트 증가했다. 단체여행객의 비율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경기침체로 면세점 큰손인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감소하고 소비도 위축되며 면세점업계 실적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면세점 방문 외국인은 80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2%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3% 늘어나는 데 그쳐 ‘객단가’가 크게 줄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이달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적자를 이어갔고,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0%, 77% 급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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