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시간” 이스라엘, 레바논 본토 때리나

접경 방문한 네타냐후 “북부서 매우 강력한 작전 준비중”
헤즈볼라 “전면전 원한다면 안 피해”…서방은 확전 우려

이스라엘군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활동 중인 레바논 본토를 타격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확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레바논 접경 지역인 북부를 방문해 “북부에서 매우 강력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북부의 안보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헤르지 할레비 군 참모총장은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시리아 접경지의 군사시설, 고위급 지휘관 등을 공격한 적은 있으나 레바논 영토에 대한 공개적이고 광범위한 군사작전 양상은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이 ‘제2의 전선’을 만들지 않으려 행동 수위를 조절해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본토 타격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헤즈볼라와의 갈등이 최근 몇주 동안 격화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다음날 헤즈볼라가 즉각 하마스와의 연대를 선언하면서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를 수차례 공격했지만, 최근엔 이스라엘이 전투기로 남부 레바논 일부 지역 등을 공격하고, 헤즈볼라가 드론과 로켓 공격을 늘려 이스라엘의 중요한 군사시설들을 타격하는 식으로 상호 적대행위 수준이 높아졌다. 지난 3일엔 헤즈볼라의 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에 큰 산불이 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적대감이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이래 최악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연립정권 내 극우 인사들이 군사행동을 촉구한 영향도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북부 도시 키리야트시모나를 방문한 후 엑스(옛 트위터)에 공유한 비디오 성명에서 “우리 영토가 공격받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중에 레바논이 평화로울 순 없다”며 “우리는 헤즈볼라의 모든 요새를 불태우고 파괴해야 한다. 전쟁이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데이비드 멘서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북부 지역에서의 전투는 “지속 가능한 현실이 아니다”라면서 문제 해결을 “외교적 수단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 아니면 무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는 헤즈볼라가 결정할 일”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도 물러날 분위기는 아니다. 헤즈볼라 2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은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확전을 원치는 않지만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원한다면, 우리는 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공격을 멈춘 다음에야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

서방은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내 다른 국가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우려를 드러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이는 우리도 선호하고 추구하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성명을 통해 “역내 분쟁이 확대되는 건 누구에게도 이익이 아니다”라며 “현재 (양국 간) 상황 악화를 완화하는 게 중동 내 확전을 막는 데 심대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