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모디 ‘민망한 승리’
집권당, 총선 단독 과반 실패
여권연합 통한 연정 불가피
3연임 성공에도 리더십 타격
힌두민족주의 역효과 분석
총선 대승을 예고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3연임엔 성공했으나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단독 집권에 실패하고, 여권 연합도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등 개운치 않은 승리를 거뒀다.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극심한 빈부격차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가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모디 총리는 여권 연합 내 군소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개표 이틀째인 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BJP가 주도하는 정치연합 국민민주연합(NDA)이 전체 543개 지역구 중 과반 기준(272석)을 넘긴 293곳에서 승리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NDA가 350~400석을 차지해 대승을 거둘 것이란 출구조사와는 동떨어진 결과다. 3연임이 확실해지자 모디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세 번째 임기는 (유권자가 내린) 큰 결정의 하나이고, 새 정부는 발전의 새 장을 쓸 것”이라며 “내가 보증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의 3연임은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는 10년 만에 인도 국내총생산(GDP) 순위를 세계 11위에서 5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총선에서 그는 독립 100주년을 맞는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대열에 합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을 기대한 유권자들이 시장경제 활성화와 기업 지원에 적극적인 여권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400석 이상 획득을 자신했던 그로서는 ‘민망한 승리’다. 특히 BJP 의석수가 240개에 불과해 직전 총선인 2019년 획득한 303석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BJP가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은 모디 총리 집권 이래 처음으로, ‘카리스마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모디 총리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모디 총리를 감싸던 무적의 아우라가 산산조각 났다”며 “총선 결과가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권은 예상 밖 선전을 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를 주축으로 하는 야권 정치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120석에 그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를 깨고 234개 지역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과가 확정된다면 2019년 241석에 달했던 여권과 야권 연합 간 의석수 차이는 59석까지 줄어든다.
모디 총리의 기세가 힘을 잃은 배경으로는 인구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 표심을 노려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것이 지목된다. 이것이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많다. 그는 인구의 14%가량을 차지하는 무슬림을 “침입자”로 규정해 소수 계층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런 행보에 불만을 가진 중도 성향의 힌두교도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모디 총리가 집권하는 동안 그가 야당과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이 경제 성장 뒤에 감춰진 양극화를 심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민들은 화려한 억만장자들이 거주하는 경제 강국 중 하나라는 이미지와 수억명의 국민이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느꼈다”고 전했다.
향후 국정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NDA 내부적으로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를 두고 마찰이 있었던 만큼 연정이 안정적으로 출범하려면 갈등 봉합이 중요하다. 연정 출범 후에도 군소정당과의 조율이 불가피해 정책 추진력이 약화할 수 있다. 의석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야권의 견제도 심해질 수 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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