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안무가가 만든 '안무 저작권' 회사, "전세계 댄서들 로열티 받게 만들 것" 어떻게?

김수호 기자 2024. 6. 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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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준 무븐트 공동대표 인터뷰
세계 최초 '댄스 IP 인프라 컴퍼니'
정부도 '안무저작권 지침' 만든다
최근 안무 표절 논란이 일었던 뉴진스 안무 영상(왼쪽)·아일릿 안무 영상. 유튜브 캡처
[서울경제]

춤도 돈이 될 수 있을까. 그동안 저작권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K안무의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 유명 댄서를 중심으로 ‘한국안무저작권협회’가 조직된 데 이어 정부도 안무 저작권 지침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세계 최초로 안무가들이 댄스 IP(지식재산권)를 가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 중인 스타트업 ‘무븐트’가 매쉬업벤처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끈다. 무븐트 공동창업자인 정의준 대표에게 안무 저작권 서비스 계획과 안무 저작권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무븐트 공동창업자 최영준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정의준 대표. 사진 제공=무븐트

◇"로열티 수익 절반은 안무 창작자에게" = 전세계적인 K팝 열풍과 함께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등이 화제가 되고, 많은 대중들이 아이돌의 춤을 카피해 SNS에 올리는 등 댄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K팝의 위상을 높여준 일등 공신인 K안무는 지금까지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행법상 ‘창작 안무’의 저작물 등록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저작권 등록 건수는 2019년 4만여 건에서 2023년 7만여 건으로 증가했지만, 5년간 안무 관련 등록 저작물은 191건으로 전체의 0.061%에 불과하다. K팝 댄스의 등록은 한 건도 없다. ‘성명표시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매체에서 음원의 작곡·작사가 이름은 표기하지만 안무가 이름은 표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무용 전공자인 정의준 대표와 세븐틴·방탄소년단 등의 안무를 짠 K팝계의 스타 안무가 최영준 총괄 프로듀서가 공동 창업한 무븐트는 ‘댄스 IP 인프라 컴퍼니’로 알려졌다. 무븐트는 원작 안무가들이 저작권료 정산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댄스 IP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댄스 IP 퍼블리싱을 통해 안무가들의 인격권과 성명표시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보호를 목표로 하며, 한국저작권위원회로부터 안무 분야 대리중개업 라이선스도 획득했다.

정의준 대표는 “무븐트의 핵심 KPI(성과지표)는 아티스트 누적 정산액이다. 음악 저작권의 경우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거치기 때문에 아티스트에게 최종적으로 돌아가는 수익은 적은 편이지만, 무븐트는 과정을 최소화해서 로열티 수익의 50% 이상은 실연자 및 인접권자 측(기획사·가수·안무가 등)에게 전달하고자 한다”며 "3년 내로 전세계 안무가들이 무븐트를 통해 댄스IP에 대한 로열티(저작권료)를 정산받는 그림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무븐트 공동창업자 최영준 총괄 프로듀서는 세븐틴 ‘손오공’ 안무가로 유명하다. 유튜브 캡처

◇K팝 뿐 아니라 게임 속 ‘모션’도 안무 저작권 시장 = 안무 저작권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범위가 넓다. 무븐트는 K팝을 비롯해 글로벌 숏폼에서 유행하는 발레, 전통 무용, 아크로바틱 등을 댄스 IP로 유통하는 솔루션 ‘이모트 퍼블리셔’도 운영한다. 자체 개발한 3D 모션캡처 및 딥러닝 기술을 통해 댄서들의 안무를 고품질의 애니메이션 에셋으로 제작해 게임·버츄얼 프로덕션에 제공한다. 이후 안무 IP의 원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정산해주는 방식이다. 다양한 커버 댄스, 챌린지 등 ‘비상업적’인 콘텐츠들의 생성에 제약을 주는 게 아니라, 게임 내 댄스 아이템 등 ‘상업적’인 상품 제작을 위해 필요한 권리로서 댄스 IP의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다. 이처럼 무븐트가 정의하는 안무 저작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이다. 정 대표는 “안무 표절 문제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저작권의 개념과 의의에 대한 대중적인 합의가 아직 없기 때문”이라며 “무븐트는 ‘따라하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명분’이 아니라 제작에 기여한 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상품화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최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안무저작권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처럼 문화예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안무저작권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문화콘텐츠의 더 많은 자산화·사업화를 위해서라도 저작권법을 정립하는 건 필수적이다. 춤의 경우 안무가들을 보호하는 취지와 더불어 인접한 산업(음악·게임 등)을 성장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IP 홀더(댄서·기획사)와 부지런히 파트너십을 진행 중인 무븐트는 해외 게임사 및 투자자와의 관계 형성에도 매진 중이다. 정 대표는 “미국 현지 활동을 위한 지사 설립을 앞두고 있으며, 전세계 댄서들의 수업을 예약 및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인 ‘무븐트 커뮤니티 앱’ 또한 개발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 국내 및 일본 론칭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김수호 기자 su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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