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요지부동' 전공의 설득 고심…"복귀율 30% 안 될 듯"(종합)
전공의들 사이 '복귀해도 면허정지' 루머 확산…복지부 "사실 아냐"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는 등 퇴로를 열어줬지만 실제로 전공의들의 복귀율은 30% 이하로 낮을 것으로 병원들은 예상하고 있다.
병원들은 특히 인기과목보다 필수의료과 전공의의 복귀율이 더 낮을 것으로 보고, 전문의를 채용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수련병원들, 전공의 설득 절차 고심…"복귀율 30% 안 될 것"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들은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발표 후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전날 정부는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각종 명령을 철회하고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각 병원에 전공의 복귀를 설득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 관계자들은 "전공의 복귀 설득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며 "사직 의사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한 후 사직서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복귀율이 높아야 3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5 병원 중 한 곳의 관계자는 "많아 봐야 전공의 20∼30%가 돌아올 것"이라며 "전공의들을 상담한 교수님들에 따르면 수련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전공의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도 "현재 복귀율이 10%가 채 되지 않은데, 많으면 30% 정도까지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예상도 비슷하다.
지역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A씨는 "복귀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소수가 돌아가겠지만 군대 등의 문제 때문에 돌아가는 것이지, 실제 수련을 위해 복귀하는 전공의는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수과 전공의 복귀율 더 낮을 것…전문의로 채워야"
병원과 의료계 관계자들은 특히 필수의료과 전공의 복귀율이 더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대부분이 복귀할 생각이 없지만, 돌아간다고 해도 인기과의 복귀율이 높고, 필수과는 낮을 것"이라며 "필수과 수련의들은 고생만 하고 앞으로 더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수련보다는 개원해서 돈이나 벌자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빅5 병원 관계자들은 "필수과 전공의들은 안 돌아올 것", "100일 넘게 설득했는데도 안 돌아왔는데 호소한다고 돌아오겠나",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들로 빅5 병원 필수과를 채울 것이라는 근거를 이해할 수 없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직 전공의 A씨도 필수과 전공의 복귀율이 낮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패키지가 추진될 경우 필수과 의사들이 설 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필수의료 패키지가 그대로 통과되면 의사들이 보호받을 수 없게 된다"며 "현재도 필수과 의사들은 소송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예를 들어 의사들이 보험에 가입해서 의료분쟁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발상은 소송 천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실이 아닌데도 환자의 결과가 안 좋다고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며 "그런 상황이 계속 되풀이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요 병원들은 전공의들을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전문의 채용을 통해 필수과 등에 발생한 의료공백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현재 우리 병원은 일부 필수과를 온전히 전문의들로 운영하고 있다"며 "필수과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전문의 채용을 늘려야 한다. 정부에서도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겠다고 했으니, 그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공의 사이엔 '복귀해도 면허정지' 루머…정부 "사실 아냐"
이러한 가운데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브리핑 발언을 두고 "복귀해도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장관은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고 말하며 "명령 철회의 효력은 장래를 향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는데, 이 같은 조치가 향후 복귀 전공의에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뒀다는 것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4일 "정부는 기존 명령을 '취소'하지 않고 '철회'한다고 했는데, 법적으로 취소는 효과를 소급적으로 소멸시키지만 철회는 장래에 행해서만 그 효과를 상실시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고 한다"고 설명하는 대전협 내부 공지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정부가 행정명령 철회를 선언했으나 금일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 법적으로 자유로운 상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들 인지하고 계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의료계에는 "2∼6월 사이에 내린 명령들에 근거해서 면허정지가 가능하고 결국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는 사람들만 처벌되는 교묘한 말장난이다"라는 식의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처분 절차를 중단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라고 재차 확언했다.
복지부는 "4일 조규홍 장관은 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또다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행정처분 절차가 재개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전공의가 병원으로 복귀하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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