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혈세로 만들고 부수고…'세금 삼키는' 조형물 수두룩

송우영 기자 2024. 6. 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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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한강공원에 있던 영화 '괴물'의 조형물이 흉물 논란 끝에 결국 철거됐습니다. 제대로 된 계획이 없었거나 관리가 부실했던 탓에, 수억원을 들여 조형물을 만들었다가 나중에 또 세금을 써가면서 없애는 경우가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투구를 쓴 말머리가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왕국의 혼'으로 이름 붙인 7m 크기의 청동 조형물입니다.

고령군이 대가야의 기상을 기린다며 2015년 6억 5천만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눈에 잘 띄는 길가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눈을 부릅뜬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 심지어 '밤에 보면 너무 무섭다'는 민원까지 계속 나오면서 지금은 이곳 농촌문화체험장으로 옮겨졌습니다.

옮기는 데만 또다시 수천 만원이 들었습니다.

[대가야농촌문화체험특구 관계자 : 밤에 보니까 너무 무섭게 보여가지고 그래가지고 이쪽으로 옮겼어요. {그런 민원들이 좀 있었나 보네요. 무섭다는 민원이?} 네.]

김연아 없는 김연아 동상도 있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학창 시절을 보낸 경기 군포입니다.

김 선수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이를 상징하는 조형물도 만들었는데요.

그런데 얼굴을 자세히 보시면 김연아 선수와 닮지 않아서 이런 설명을 듣기 전에는 알기가 힘듭니다.

만드는 데만 5억원이 들었습니다.

[유영미/인근 주민 : 팻말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걸 눈여겨보지 않아서 위에 김연아가 있다는 걸 잘 몰랐고요. 이왕이면 김연아 선수와 얼굴이 좀 비슷하게 지어졌거나 그러면 (좋았을 텐데요.)]

김연아 선수 측과 미리 상의도 하지 않고 조형물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김 선수 측에서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됐고, 조형물을 반대해서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경기 군포시 관계자 : 그게 김연아 선수를 그냥 딱 만들었다기보다는 그거에 대한 모티브로 만든 거라 그렇게(다른 얼굴로) 해서 추진이 된 거죠.]

논란 끝에 철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통 춤사위를 상징한다며 만든 정부세종청사 조형물은 2019년 철거됐습니다.

기괴한 표정 때문에 저승사자처럼 보여 무섭다는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입니다.

공공조형물은 만드는 데도 철거하는 데도 세금이 들어갑니다.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서 애써 만든 조형물이 주민들에게 외면받는 일 반복돼선 안 되겠습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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