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댓글 부대’···“이스라엘, 미국 의원 SNS에 친이스라엘 댓글 ‘비밀 작전’”

조문희 기자 2024. 6. 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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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6일 예루살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추모와 기억 센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미국 정치인을 압박할 용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사 ‘댓글 부대’를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높이기 위해 미국 의원과 대중을 대상으로 친이스라엘 메시지를 내는 ‘영향 미치기 작전’(influence campaign)을 조직하고 돈을 냈다”며 “이 비밀 작전은 이스라엘 디아스포라 부서에 의해 의뢰됐다”고 전했다. 취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만 달러(약 27억 4600만원)을 해당 작전에 할당하고 자국 수도 텔아비브의 정치 마케팅 회사인 스토아익(Stoic)를 고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작전은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본격화됐다. 구체적으로 작전은 SNS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에서 미국인 행세를 하는 가짜 계정 수백개를 동원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계정에 이스라엘 군대에 계속 자금을 지원하라는 등 친이스라엘 댓글을 다는 식으로 이뤄졌다.

작전 관계자들은 다수 게시물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챗봇 ChatGPT을 이용했으며, 친이스라엘 기사를 앞세운 세 개의 가짜 영어 뉴스 사이트도 만들었다. NYT는 디아스포라 부서 전·현직 직원 4명과 작전 관련 문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NYT는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전을 조직한 최초의 문서화된 사례”라는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이란, 북한,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전세계 여러 나라가 유사한 시도를 해온 것으로 의심받지만, 실제로 정부 지원 여부와 정도가 입증된 사례는 흔치 않다. 대부분 민간 기업에 외주를 주거나 제3국을 경유해 이같은 시도를 하기 때문에 각 나라 정부가 얼마나 비밀 작전에 관여하고 있는지는 은폐되기 쉽다고 NYT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NYT는 “이러한 비밀 작전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흔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디아스포라 부서는 캠페인에 관여한 사실을 부인하며 스토아익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으며, 스토아익은 질의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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