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코 앞인데…‘위험천만’ 방치된 급경사지
[KBS 부산] [앵커]
올 여름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거로 예보돼 낙석이나 붕괴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산에만 급경사지가 8백 곳이 넘는데요.
이 가운데 사유지는 위험하지만 손도 못 대는 곳이 많아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급경사지 관리 실태, 집중 보도합니다.
먼저 최위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 뒤 옹벽.
흘러내린 흙더미가 낙석방지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붕괴 사고가 났는데도, 출입 통제선만 설치됐을 뿐, 아직 손도 못 댔습니다.
사유지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 소유가 아니고 소유주가 한 180명 되는 소유주가 따로 있는데 우리도 피해자죠."]
추가 붕괴 우려로 구청이 최근 '긴급안전조치 명령'까지 내렸지만, 땅주인에게 통보만 할 뿐입니다.
130가구가 사는 아파트 뒤 옹벽.
긴 균열에다 배수가 잘되지 않아 생기는 '배부름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이 옹벽에서는 지난해 점검 때 균열 등이 발견돼 구청이 아파트에 안전 진단과 보수·보강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안전 진단 비용만 천6백만 원에 달하는데, 장기수선충당금이 모자라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지만 당장 대안이 없습니다.
[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위에 펜스치고 저쪽에 물길 내는 거, 우수관 보수하는 건데 그게 4천만 원 들거든요. 그러니까 뭐 보강 공사까지 하려고 하면 돈 몇억 들죠."]
부산시가 최근 지역 내 급경사지 828곳을 점검한 결과, 절반 이상이 안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150여 곳은 사유지입니다.
붕괴 우려에도 땅 주인 대부분은 경제적 이유로 사실상 방치하는 상황.
지역 주민이 위험에 대비하도록 급경사지 안전 점검 결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 구청도 있습니다.
[부산 ○○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본인 땅이 아무래도 급경사지로 돼 있으면 좀 안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지자체도 사유지에 대해선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없어 급경사지 주변 주민들은 붕괴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박서아/자료조사:정혜림
최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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