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어치 팔면 뭐하나요"…식당 사장님 '눈물의 호소' [현장+]

성진우 2024. 6. 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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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직접 배달' 업주의 하소연
배달앱 '무료 배달' 경쟁 심화
수수료 부담에 업주는 '울상'
앱 중개 없이 직접 배달 고집하며 '생존' 모색해
"무료 배달→음식값 상승" 지적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아예 직접 배달원을 고용해 영업하고 있어요. 그래야 마진이 남아요."

5일 점심시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식당 업주인 50대 최모씨는 "배달앱이 배달원까지 중개해줄 때 수수료가 워낙 높다. 1만원짜리 단품 요리 하나 나갔을 때 남는 게 5500원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최씨는 직접 배달원을 고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현재 평일 기준 3~4명의 배달원이 근무 중이다. 이날도 가게 왼편 문으로 가게 배달원이 수시로 오가며 배달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그는 "고용한 배달원들 월급도 인당 최소 300만원은 줘야 해 빠듯하긴 하다"며 "그래도 동네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편이라 수수료 내는 것보다 이게 낫다"고 말했다.

한 가게 앞에 세워져 있는 배달용 오토바이 / 사진=성진우 기자


주요 배달애플리케이션(앱) 업체들이 가게에 직접 배달원을 중개하고 고객에게는 무료 배달 등 혜택을 주는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자영업자들은 전보다 수수료 부담이 가중됐다며 여전히 배달 대행을 부르거나, 배달원을 고용하는 이른바 '직접 배달'을 통해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

가령 배달의 민족(배민)은 쿠팡이츠와 요기요에 이어 지난 4월부터 '배민1플러스'에 가입한 업장 대상으로 배달비 0원을 적용하고 있다. 앱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료 배달 업장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많은 식당 가입자가 해당 서비스에 가입한 상황이다. 이들은 이전처럼 배달원을 고용하거나 배달 대행을 불렀던 것과 달리 앱의 자체 배달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가게가 전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앱을 통해 주문만 받아도 나가는 중개 이용료는 음식값의 6.8% 수준이고, 지역에 따라 배달 중개료 2500~3000원을 앱에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이때 소비자가 앱을 통해 결제했을 때 발생하는 결제 수수료 1.5%~3%도 가게 부담이다. 배민과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은 쿠팡이츠 역시 수수료 9.8%에 배달비 2900원을 받고 있다. 요기요는 수수료만 12.5%에 달한다. 과거 배달 대행을 주로 쓸 때 업주는 대행사에 4000원가량의 수수료를 지불했지만,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받아 그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한 배달 전문 식당에서 주문 받은 음식이 조리되고 있다 / 사진=성진우 기자


인근 지역에서 배달 전문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주변 가게들과 달리 배달앱의 배달 중개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다. 손님이 주문한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떼가는 방식에 배달비마저 전액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컸다. 그는 "객단가가 낮은 음식이라 차라리 배달 대행을 직접 호출하는 원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며 "배달앱이 무료 배달을 한창 밀던 연초엔 잠시 매출이 떨어졌지만 조금씩 회복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부담을 버티지 못해 두 달 전 해당 서비스를 해지한 또 다른 식당 주인 40대 이모씨는 "지난달 쿠팡이츠에서 1500만원을 넘게 팔았는데 700만원이 수수료였다. 남은 금액에서 전기세,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얼마나 남겠냐"고 토로했다. 그는 "차라리 배달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홀에라도 투자하겠는데 정말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배달앱의 배달 중개 서비스에 가입한 사업자는 직접 배달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역시도 녹록지 않다. 같은 가게에서 주문할 경우 배달앱 사용자들은 당연히 무료 배달로만 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한 배달 보쌈 업주는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 중개 서비스에 가입하고, 직접 배달도 같이하고 있다. 저녁 시간 50건 배달 중 직접 배달 주문은 10% 미만"이라며 "주문 수는 늘었는데 매상은 줄어들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선 배달앱의 무료 배달 경쟁이 음식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수료 부담이 커진 업주가 기존 음식 가격을 높이는 식으로 손해를 메꿀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배달앱 같은 플랫폼 경제에서 비용이 소비자 등 다른 주체에게 전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분명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라면서 "플랫폼과 업주, 소비자 중 누가 가장 편익이 큰지를 따져보고 이를 조정하려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 중개 서비스가 나오기 전 각종 광고 비용을 고려하면 배달앱이 배달비를 업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다. 수년째 실질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한 적이 없다"며 "가게의 영업 환경은 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업주가 여러 선택지 중 가게 운영 전략에 맞는 배달 방식을 도입할 수 있게끔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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