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무서워"… '고물가'에 관공서 식당 직장인 몰린다 [밀착취재]
1분기 외식물가 3.8%↑… 부담 가중 속
구청·도서관 등 구내식당 큰 인기
식권 5000원… 푸짐하고 값도 저렴
“맛있는 음식 나오면 문밖까지 줄”
경찰서 식당 등은 식자재값 부담
외부인 관내 출입 통제 움직임도
지난달 29일 오후 12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별관 구내식당에는 각기 다른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한끼 식권 가격이 5000원인 조달청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인근 직장인들이 이곳을 찾은 것이다. 조달청 직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덕에 직장인뿐만 아니라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조달청과 인접한 국립중앙도서관 구내식당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구내식당 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식권 5000원에 찜닭과 매운버섯국, 소시지떡볶음, 나물, 잡곡밥을 제공했다. 고속터미널역 인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안상수(36)씨는 “회사와 가까운 데다 가격도 저렴해서 동료들과 자주 찾는다”며 “그날그날의 메뉴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데, 맛있는 음식이 나올 땐 줄이 문밖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구내식당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 ‘가격’을 꼽았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생선·채소·과일 등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달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7.3% 오르며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1∼4월)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04만6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외식 물가는 3.8% 올라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2.8배를 기록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종로구청 구내식당을 이용한다는 회사원 박모(27)씨는 “식비를 아끼려 점심도시락을 준비해 봤지만 이틀치 장을 보는 데 2만원 넘게 들었다”며 “1인가구는 식재료를 구매해도 남아서 버리는 경우가 많아 밖에서 먹는 것이 차라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청 외에도 서울 도봉·성북·중랑·양천·영등포구청 구내식당이 외부인에게 개방돼 있다.
구내식당 이용 제한은 몇년째 동결된 식권 가격으로 운영 부담이 커진 이유도 있다. 경찰서 구내식당은 대부분 만성적인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데다 경찰청·지자체의 예산 지원도 없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구내식당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는 것에 인근 상인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2019년 “집단급식소에 해당하는 경찰서 구내식당이 불특정 다수에게 식권을 판매해선 안 된다”며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식약처는 소수의 민원인 및 방문객 등이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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