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다 넣었는데"…4천억대 유사수신 '아도 일당' 120명 검거
'아도페이' 앱 자체 제작해 정상거래 진행되는 것처럼 현혹
피해자 다수는 노년층…노후자금으로 '호화생활'
원금이 보장되는 고수익 투자가 가능하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약 3만 6천명으로부터 4400억대 투자금을 끌어모은 '아도인터내셔널' 일당 1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일당은 다수의 노년층 투자자들을 현혹해 그들의 노후 자금으로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5일 사기·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아도인터내서널 대표 A씨 등 120명을 붙잡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거된 이들은 아도인터내셔널과 계열사 관계자 25명, 조직폭력배 1명, 투자자 모집책 등 94명이다. A씨 등 범행을 주도한 11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유사수신은 법에 따른 인허가나 등록 신고 없이 원리금 보장을 약속하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다. 돌려줄 가능성이 없는 데도 돈을 받은 것이 입증되면 사기 혐의가 적용된다.
A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아도인터내셔널 계열사 등에 투자하면 원금이 보장되고, 복리이자·추천수당·직급수당 등 명목으로 투자금의 1.0%~13.8%의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끌어모은 혐의를 받는다.
모집한 투자자 수는 약 3만 6천명, 투자금 규모는 4467억여 원에 달한다. A씨 일당이 홍보한 16개 계열사는 유흥업, 인테리어, 건설업, 정육점, 가상자산, 목재, 유통업, 공연기획, 샤시업 등으로 다양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한강 유람선에서 회사 창단식과 파티를 개최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며 "비트코인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등의 내용으로 투자 설명회도 개최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A씨 일당은 투자금을 효과적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아도페이'라는 투자 어플리케이션(앱)까지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이를 투자자들의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정상 거래가 진행되는 것처럼 속여 투자를 유도했다. 투자자들이 앱을 통해 돈을 입금하면 '데일리 보너스'라는 이자 지급 시스템과 '내일의 예상 수익' 등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이 불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투자자들은 입금 초기엔 돈을 뺄 수 있었지만, 그 뒤로는 '아도페이'에서 늘어가는 수익을 '숫자'로만 확인했을 뿐 사실상 출금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은 출금하려는 투자자들에게는 전산실이 해킹 당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산실 장소를 옮겨가며 앱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당은 피해자들에게서 끌어모은 투자금으로 서울 성동구와 부산 해운대구의 초호화 아파트에 거주하며 고급 수입 차량을 운행하고 다녔다. 경찰은 지난 8월 중순, 도피 중인 A씨를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에서 검거했다.
조직폭력배가 A씨를 도피시키기 위해서 동원됐던 정황도 포착됐다. A씨의 도주를 도운 조직폭력배는 베트남으로 출국 도중 정보를 입수한 경찰에 의해 체포했다.
경찰은 전국에 산재된 아도인터내셔널 관련 사건 200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를 벌인 끝에 현금 28억 원을 압수하고, 피의자 명의 부동산 등 약 147억 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접수한 피해자는 2106명이고 피해금액은 490억이지만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피해자들에 따르면 A씨 일당에 속은 투자자들 다수는 노년층이었다. 2천만 원을 잃었다는 피해자 김모씨는 "모집책들이 '대출까지 받아라, 이건 확실한 사업'이라고 해 노후 자금을 투자하는 노인들이 많았다"며 "핸드폰에 (앱을 설치하는) 그런 모든 것들을 모집책들이 다 해줬다"고 설명했다.
A씨 일당이 투자자들에게 접근할 때 온라인 보다는 '대면' 방식을 택한 점이 노년층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들 모집하는 경우 사기 등 범죄일 가능성이 크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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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나채영 기자 nan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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