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중동…이스라엘군 "레바논 타격, 결단 시간 다가온다"

이스라엘 정부, 헤즈볼라 접경지 공격에 '지속 불가능한 현실' 규정
연정 내 '새 전쟁' 목소리, 미국과 유럽 확전 우려에 자제 촉구

이스라엘군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활동지인 레바논 남부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현지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헤즈볼라의 공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할레비 총장은 "준비됐다. 북부 공격으로 옮겨가기 위해 일반참모 훈련 수준에 이르기까지 매우 적합한 훈련 절차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를 공격해왔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세력 견제 차원에서 레바논 남부는 물론 시리아 접경지의 군사시설과 고위급 지휘관 등을 노린 잇단 폭격으로 대응해왔다.

그럼에도 확전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만류 속에 레바논 영토에 대한 공개적이고 광범위한 군사작전의 양상을 띠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멘서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스라엘 북부 교전을 '지속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규정했다.

멘서 대변인은 "이번 사안이 외교적 수단으로 이뤄질지 무력으로 이뤄질지는 헤즈볼라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북부 주민 수만 명의 대피계획을 언급하며 "우리는 나라를 지키고 있으며 누구도 우리의 대응 방식에 놀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이스라엘 연립정권 내부의 국수주의 극우 인사들은 레바논을 겨냥한 군사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북부 도시 키리야트 시모나를 방문한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 영토가 공격받고 주민이 대피하는 와중에 레바논에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벤-그비르 장관은 "저자들이 여기에 불을 지르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헤즈볼라 근거지를 모두 태워버리고 저자들을 파멸시켜야 한다. 전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멈추면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헤즈볼라 2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은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확전을 원치 않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멈출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다른 국가가 휘말리는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다시 우려를 드러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들었는데 이는 분명히 우리도 선호하고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성명에서 "역내 분쟁이 확대되는 데에는 누구의 이익도 없다"며 "현재 상황 악화를 해제하는 게 중동 내 확전을 막는 데 심대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전면 해체를 전쟁 목표로 고수하는 이스라엘은 이날도 가자지구 남부와 중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알부레이즈와 알마가지 피란민촌, 데이르알발라 지역에 대한 공습과 알누세이라트 피란민촌 인근에 대한 탱크 포격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의료진은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격에서 구호물자 운송을 돕던 경찰 2명을 비롯해 최소 19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이 정보에 따라 명확한 표적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작전하는 상황에서 전투기로 하마스의 중부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