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내부자 폭로]① "검찰청서 김성태 회장과 공범들 수시로 만났다"

박종화 2024. 6. 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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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① '진술 세미나' 의혹 뒷받침 하는 쌍방울 내부자 증언 "검찰에 가니 김성태 회장 등 전부 모여 있었다" 

② 쌍방울 임원들뿐만 아니라 핵심 공범인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이화영 전 부지사도 동석한 정황

③ "참고인으로 불러서 갔더니 정작 조사는 안 하고 공범자들 미팅만...검사도 왔다갔다 했다" 

④ "공범들 모인 적 없다"는 검찰 주장 정면으로 뒤집는 증언...확산되는 '진술 짜맞추기' 의혹

뉴스타파는 '대북 송금'을 수사하는 검찰이 피의자들을 모아 놓고 '진술 세미나'를 벌인 의혹과 관련해 쌍방울그룹 내부자로부터 의미 있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 의혹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4월에 법정에서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과 김성태 회장의 계속된 압박과 회유로 거짓 자백을 했다"면서 "검찰청 안에서 연어회를 곁들인 술판이 벌어진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이른바 '진술 세미나' 의혹과 관련해 "대질 신문이 아닌 상황에서 공범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거나, 진술을 회유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구치소에서 검찰로 이동한 '출정 기록'을 요청하면서 '진술 세미나'와 '술판'이 벌어진 날을 일부 특정했지만, 더 이상의 추가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쌍방울그룹의 핵심 내부자가 "대북 송금 사건의 주요 피의자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고 나도 그 중 하나였다"는 구체적인 폭로를 한 것이다. 

쌍방울 내부자 폭로 “수원지검에서 공범들과 참고인들 수시로 모였다"

검찰이 2년째 수사 중인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도에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의 사용처다. 검찰은 이 돈이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500만 달러)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라고 본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는 김성태의 대북 사업을 위한 비용이고, 돈이 간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주로 '진술'이란 점이다. 이 사건은 지난 대선 당시만 해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변호사 비용을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윤석열 정권의 검찰이 2022년 6월경부터 쌍방울의 대북송금과 관련된 수사를 시작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수사 초반에는 주로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이용해 '주가 조작'을 벌인 혐의가 조사됐다. 그러나 2023년 1월, 김성태 회장이 태국에서 체포된 후부터 수사 방향이 또 다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쌍방울그룹 김성태 회장, 방용철 부회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 주요 피의자들의 증언이 재판에서 중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참고인 신분으로 수원지검을 7~8차례 오간 내부자 A씨는 "김성태 회장이 잡혀온 뒤부터 갈 때마다 쌍방울그룹 핵심 임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김성태 회장을 북측 고위 인사들에게 연결해주고, 800만 달러 중에 일부를 밀반출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도 같은 방에서 만났다"고 한다. 누구로부터 들은 '전언'이 아니라 A씨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이란 것이다. 

○ 기자 : 그러면 지금 수원지검에서 그렇게 모였던 게 (쌍방울) 임원들이 모였던 게 몇 차례 정도 됩니까?

● A씨 : 제가 (수원지검에) 간 거는 거의 한 다섯 번 갔던 것 같아요. 그때 다섯 번 갔는데. (중략) 저는 한 다섯 차례 그러니까 저에 대한 어떤 조사 한 제가 기억으로는 저에 대한 조사가 한 7~8차례 있었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이제 검찰에서 불러서 한 다섯 차례 정도 간 적이 있을 때 그때 안부수 (아태협) 회장 뵀었고.

○기자 : 박상웅 (쌍방울) 이사도 다 같이 있었다고 그러던데요.

● A씨 : 예. (임원) 거의 전체가 다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부를 사람들은. 제가 아는 사람들은.
- 쌍방울 내부자 A씨의 증언 내용 중

참고인 조사한다며 불러놓고... "조사는 안 하고, 그룹 임원진 미팅만" 

A씨는 검사가 참고인으로 불러서 갔지만, 어떨 때는 아예 조사를 받지 않았고 김성태 등 구속된 임원진들만 만나고 돌아왔다고 실토했다. 핵심 피의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도 모자라, 이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던 임원들도 모두 함께 만났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이 보고 싶은 임원을 콕 집어서 검찰에게 얘기하면, 참고인 소환을 빌미로 검찰이 대신 불러주기도 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 수사 과정의 정당성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뉴스타파는 '대북 송금' 검찰 수사기록 일체를 확보했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1월 김성태 회장이 체포되기 전에 3번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체포된 후에는 1번 조사를 받았다. A씨가 지난해 2~3월쯤에 수원지검에서 5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갔다고 말했으니, 나머지 4차례는 실제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A씨는 정확한 참고인 조사 횟수는 시간이 꽤 지나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참고인 조사를 받지 않고 김성태 회장 등만 만나고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기자 : (참고인으로) 가신 것 때문에 만난 거예요. 아니면 가니까 그냥 다 모여 있던가요?

● A씨 : 참고인 조사처럼 저를 불렀고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한 세 차례 정도는 참고인 조사를 했었어요. (중략) 그때는 그렇게 해서 갔던 걸로 알고 있고. 그때는 이제 누가 방 부회장이 방용철 부회장이 한번 (수원지검으로) 와라라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방 부회장하고는 과거에 좀 친분이 다른 분들보다는 있어서 그분이 이제 태국에서 와서 구속되고 나서 좀 보고 싶었던 거였겠죠. 그래서 한 번 갔던 적 있는데 그때 김성태 회장이 (함께) 있었던 거고 그 다음에.

○기자 :  그분(방 부회장)이 직접 오라고 했다고요?

● A씨 : 그러니까 이제 누구 통해서 저한테 얘기를 하는데 보통은 이제 검사한테 부탁을 해야 갈 수가 있잖아요.

○기자 : 그렇죠.

● A씨 : 그 사람(방 부회장)이 부른다고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참고인이나 이런 자격으로 일단은 가게 됩니다, 가는 것 자체는. 그래서 나는 조사가 있나 해서 가보면 조사가 한 3번 있었고 5번 중에 2번은 그냥 유일무이하게 조사가 없었던 적도 있었고요. 근데 명분은 제가 조사차 가게 된 거였었고요.
- 쌍방울 내부자 A씨의 증언 내용 중

"수원지검에서 이화영과 김성태가 함께 있는 장면도 직접 봤다"

A씨는 자신이 참고인으로 갔을 때도 이화영 전 부지사와 김성태 회장, 방용철 부회장 등 주요 쌍방울그룹 소속 피의자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한다. A씨는 이들을 목격한 장소로 수원지검 1313호실 내부에 있는 영상녹화조사실 및 바로 맞은 편에 '창고' 혹은 '세미나실'로 불리는 1315호실을 지목했다. A씨의 증언은 실제로 현장을 가보지 않았다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다만 A씨가 참고인으로 수원지검을 들락거린 때는 지난해 2~3월경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연어회 술판'과 '진술 세미나'가 벌어졌다고 지목한 시기는 지난해 6~7월이다. A씨는 "이들이 만나는 건 봤지만, 그 자리에서 술판이 벌어지거나 한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어회 술판' 유무를 떠나 주요 공범들이 한 자리에 있었단 사실만으로도 검찰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은 흔들릴 수 있다.

○기자 : 작년 2월 3월이네요. 그러면 수원지검에.

● A씨 : 작년에 김성태 회장이 나왔던 시기부터 가게 된 거죠.

○기자 : 저기 태국에서 잡혀서 작년 1월 21일 한국에 왔던 게 그때인가요?

● A씨 : 아마 이제 그때였을 겁니다. (중략) 근데 한 번은 이화영 부지사 하고 3자 대면 아니면 그런 게 한 번 있었다라고 해서. 제가 (검찰에) 가는 날 아마 이제 그런 게 있었던 거는 알고 있는데. 그날은 지금 기사에 났던 그런 판(연어회 술판)이 벌어지지는 않았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 쌍방울 내부자 A씨의 증언 내용 중

검찰 해명과는 정반대인 쌍방울 핵심 내부자의 '첫 폭로'

내부자 A씨의 폭로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공범 관계인 쌍방울 임원진들이 수차례 같은 공간에서 만났으며 ▲또 다른 공범인 안부수 아태협 회장도 함께 있었고 ▲이화영 부지사가 김성태 회장과 별도 공간에서 동석하거나 ▲쌍방울 임원급 피의자들과 담당 검사가 함께 있던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검찰청에서 한 자리에 모이기 시작한 시점은 김성태 회장이 체포된 2019년 1월 이후다. 만약 검사의 주도 하에 '진술 맞추기 세미나'를 벌였다면, 실제로 주요 피고인들이 진술을 어떻게 바꿨는지가 중요하다. 김성태 회장이 체포되기 전까지 검찰은 주로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을 이용한 '주가 조작'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지난해 2월부터 이 사건은 '이재명의 방북 비용'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지난해 6~7월에 기존의 검찰 진술을 뒤집었다. 경기도와 쌍방울을 북한과 이어준 대북 브로커 안부수 회장의 경우에도 지난해 1~2월에 자신이 법정에서 한 말을 4월 이후에 열린 재판에서 완전히 뒤집었다. 다만 이 전 부지사는 뒤집은 진술을 또 다시 뒤집어서 원점이 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A씨가 검찰청 내 '진술 세미나'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증언을 내놓은 만큼, 검찰이 '대북 송금' 사건을 증거에 입각해 공정하게 수사했는지, 미리 결론을 내놓고 진술을 짜맞춘 건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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