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림, 고소장 제출에…국현 “작가가 전례 없는 특혜 요구” 입 열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원로 실험미술 작가 김구림(88)이 전시 도록 제작과 관련해 미술관을 형사 고소했다. ‘훼손된 이미지’로 도록이 발간돼 작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이게 어떻게 내 작품이냐’는 작가의 폭로는 고소장에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으로 치환됐다.
이에 미술관 측은 끝내 침묵을 깨고 “작가와 수차례 회의를 거쳐 합의해 제작한 도록”이라며 오히려 “작가가 과도한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구림 작가는 5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에 대한 고소장을 전날 제출했다고 밝혔다. 혐의는 저작권법 위반과 명예훼손이다.
작가는 지난해 8월 25일부터 올해 2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의 전시가 진행되면 전시 기관은 전시 작품을 중심으로 글과 이미지가 담긴 ‘전시 도록’을 제작한다. 이에 따라 미술관은 작가의 전시 도록을 지난 2월 발간했다.
그런데 작가는 “도록 1쇄를 보니 오자, 사실과 다른 영문 번역, 연대순으로 정리되지 않은 구성 등 도록의 인쇄물이 잘못돼 있었다”라며 “인쇄 직전 ‘인디고 프린터물’을 작가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이런 과정도 없이 미술관이 마음대로 도록을 출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술관 측은 도록 제작 인쇄 전까지 작가와 수정 회의만 최소 16차례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미술관 측은 “전시 출품작 배경은 백지, 미출품작은 배경색을 넣기로 작가와 합의했다. 내지로 사용할 종이샘플도 작가에게 보여줬다”며 “미출품작과 출품작 일부 이미지는 작가 측에서 제공한 파일을 보정 없이 수록한 것이고, 이는 제작회의에서도 작가와 논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 동선과 매체를 고려해 이미지 배치 순서, 영문 번역본 등을 실었고 이는 모두 작가 측의 검토를 받아 제작한 것”이라며 “1쇄 인쇄 전, 작가 측에 3차례 실물 교정지를 송부해 작가의 수정과 친필확인을 받아 교정했고, 인쇄 도판 확정본 파일도 지난 1월 이메일로 전송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가와 미술관은 도록 1쇄는 판매하지 않고 관련 기관에만 한정 배포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작가의 요구가 반영된 교정된 도록 2쇄를 재제작하는 과정에서 양 측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작가는 “미술관은 전시에 출품된 작품에 한해서만 도록에 실을 수 있고, 1쇄의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지 않고 인쇄용지만 바꿔 출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2쇄 도록 출판이 무산된 것”이라며 “그런데 출품작에 대해서도 미술관 측은 한 점 한 점 작품 촬영을 하지 않았다. ‘전경 사진만 있다’는 답변을 받고 내가 외장하드에 저장한 이미지를 전달해야만 했다. 미술관 측은 행정 절차에만 매달려 적당히 도록만 내면 다 했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술관 측은 ‘노력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통상 3편의 글과 전시 출품작을 중심으로 한 100여 점 내외를 도록에 담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작가의 도록은 작가가 직접 지정한 필자 8편의 글과 전시 미출품작까지 포함한 420여 점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술관 측은 “다른 작가의 도록보다도 약 2배 많은 분량으로 사실상 ‘전작 도록’ 성격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술관 측은 “작가는 2쇄 제작 과정에서 편집자 교체를 비롯한 편집방향 전면 수정, 1쇄 수록되지 않은 미출품작 대량 추가를 요구했다”며 “이는 개인전 도록 제작에 대한 미술관 방침을 넘어선 전례 없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작가의 일방적인 주장에도 침묵한 것은 미술관에서 전시한 작가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라며 “작가의 고소 진행과 관련해 앞으로는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작가와 미술관은 전시 기획 과정에서부터 갈등을 빚었다. 당시 작가는 “미술관 외벽을 묶는 과거 퍼포먼스를 재현하겠다”고 했으나, 미술관 측은 “건물이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어 일정 내 행정 절차를 끝낼 수 없다”고 전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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