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성공했지만 가까스로 과반… 모디, ‘反힌두’ 남부에 발목 잡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여권 정치연합이 한 달여에 걸쳐 치러진 인도 총선에서 가까스로 야당 연합을 이겼다는 결과가 4일 나왔다. 모디는 이로써 3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인도 현지 언론과 외신에서 “이번 전투(battle)는 이겼지만 최종 전쟁(war)은 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모디 총리와 여당이 고수해온 ‘힌두 우선주의’는 힌두교 신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남부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 남부는 최근 IT(정보기술) 첨단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하면서 고학력·고소득자가 쏠리는 신흥 부촌(富村)으로 꼽힌다. 모디가 밀어붙인 ‘낡은 보수 전략’이 역효과를 일으켜 여당이 선거를 겨우 이겼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날 인도 현지 총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여당 인도국민당(BJP)이 주도한 여권연대인 국민민주연합(NDA)은 하원 543석 가운데 293석을 획득해 가까스로 절반을 넘겼다. 사흘 전 출구조사에선 400석 넘게 득표하리라고 예측됐으나, 결과는 달랐다.
특히 모디 총리가 소속된 BJP는 240석을 획득해 직전 총선 의석(303석)보다 크게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BJP는 출구조사 직후까지만 해도 2014년 모디 총리 집권 이후 3연속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들뜬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시브세나 등 연대를 이룬 다른 당 의석까지 더해 겨우 절반을 넘긴 상황이 됐다.
야당 연합인 ‘인디아(INDIA)’는 BJP에 9석 뒤진 234석을 차지해 예상보다 선전했다. 5년 전 129석을 가져갔던 것과 비교하면 105석 늘었다. BBC는 “지난 10년 동안 인도 정치를 장악해온 모디 총리에게 이번 총선 결과는 큰 타격일 것”이라고 했다. ‘INDIA’의 라훌 간디 전 INC 총재는 “유권자들이 모디 총리의 BJP를 응징했다”라고도 했다.
여당은 이번 총선 때 특히 인도 남부 지역에서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남부 지역은 ‘인도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를 비롯해 각종 IT 기업이 밀집한 지역이다. 그만큼 교육 수준이 높고, 신흥 부호들이 많이 거주한다.
벵갈루루가 있는 카르나타카주(州)는 5년 전 BJP가 25석을 가져갔지만, 이번엔 17석에 그쳤다. 현지 언론 인디아익스프레스는 “카르나카타는 1999~2014년 BJP 지지율이 2배 가까이 늘면서 남부 지역에서 BJP의 보루 역할을 했던 곳”이라면서 최근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 현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모디 총리와 여당이 총선 전략으로 밀어붙인 ‘힌두 우선주의’가 남부 지역에서 반감을 산 것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부엔 힌두교 신자가 대부분이지만, 남부 5주엔 현지의 독특한 문화와 함께 다양한 언어와 종교가 아직 남아 있다. 게다가 최근 이곳에 다수의 외국계 기업이 들어와 타 지역보다 개혁적·개방적인 분위기를 띤다.
가령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제조 기업 공장이 다수 들어선 남부 타밀나두주에선 힌디어 대신 타밀어를 쓰는 ‘타밀족’이 다수다. 이들은 수십년간 힌두 우선주의에 저항해 왔다. BJP와 여권연대는 이번 선거에서 타밀나두주 39석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의석은 모두 ‘인디아’가 가져갔다. 다른 남부 주에서도 고전했다. 남부는 워낙 BJP 지지도가 낮긴 하지만 모디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남부 지역을 찾아 여러 차례 유세를 하는 등 공을 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참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타르프라데시주 등 BJP의 오랜 ‘텃밭’으로 통해왔던 북부에서 참패한 것은 모디에게 더 큰 타격이다.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인구 2억4000명에 달하는 인도 최대 행정구역으로, 그동안 여당 지지자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럼에도 이곳 전체 80석 중 여권 정치연합이 가져간 의석수는 35석에 그쳤다. 이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수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경제성장’을 제1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모디 총리의 집권 3기 정책 운용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부 지역은 사실상 인도 경제의 ‘엔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CNN은 “모디의 ‘압도적 승리’라는 꿈이 물거품이 되면서 그가 공격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도 남부 5주는 인도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31%를 담당한다. 인도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중 46%가 남부에 있다. 남부 5주의 IT 산업 수출량은 인도 전체의 6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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