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운영위장 사수” 양보없는 여야… 원구성 ‘공회전’ [헌정사상 첫 野 단독 개원]
巨野 “법대로”… 상임위 독식 주장
법사위 가져야 특검법 등 신속처리
운영위는 대통령실 견제 가능해
與 “법사위 2당·운영위 여당 관례”
황우여 “野 독주땐 수백건 거부권”
우원식 “민생 절박… 7일까지 합의”
22대 문 열자마자 파행
‘임시 의장’ 추미애 단독 개의 강행
與 ‘국회독재방지법’ 발의로 맞불
與 “의회독주 중단하라” 항의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가 열린 점에 항의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
5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첫 본회의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여당 의원들은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가 열린 점에 항의하며 회의에 불참한 채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지난달부터 이어온 원 구성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핵심 이유는 양당이 법사위·운영위원장 자리를 서로 자당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진 법사위는 법안의 ‘최종 관문’으로 통한다. 법사위원장이 회의를 열지 않는 방식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상임위다.
민주당은 법사위·운영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가는 것이 ‘정권 심판론으로 171석을 몰아준 총선 민의’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을 제1당에서 배출한다면 ‘법사위는 제2당, 운영위는 여당’이 맡는 관례를 지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본회의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는 막판 원 구성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막판에 몰리면 좀 더 오가는 게 있고 시험에 임박한 학생처럼 동력도 생기지 않나”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양당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22대 국회 초반 양상은 21대 때와 비슷하다. 그때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기 싸움 끝에 첫 본회의가 반쪽으로 열렸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의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사진행발언으로 민주당을 규탄한 뒤 의장단 선출 직전 소속 의원들과 함께 퇴장해 버린 것이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독단적 의사일정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며 자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까지 미뤄가며 버텼다. 원 구성 합의가 끝내 불발되자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21대 국회는 이듬해 7월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2년씩 나눠 맡기로 합의하면서 정상화했다. 개원 1년1개월여 만이었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법대로’를 외치고 있는 만큼 21대 때의 모습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도 여당도 ‘법대로’ 좋아하지 않느냐”며 “(국회법대로) 7일까지 상임위 구성을 마치고 즉각적으로 상임위, 본회의를 열어 민생 현안부터 개혁 입법까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예고한 대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간다면 21대 국회 전반기에 이른바 ‘검수완박법’과 ‘임대차 3법’을 강행했던 것처럼 채 상병 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4년 전과 달리 지금은 민주당이 야당이다. 21대 후반기처럼 야당 단독 처리 법안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법사위를 갖고 계속 입법을 강행해 입법독재가 진행된다면 어쩔 수 없다”며 “수백 건의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영·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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