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돈은 정부가 해결할테니 2나노칩 만들라" 잃어버린 30년 만회 나섰다
정부지원 법적 근거 마련 나서
재정운영 방침 초안에 포함
도쿄·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
금융특구 지정해 자금 유치도
■일본 "2027년 2나노 칩 만들어라"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하순 각의(국회)에서 결정할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의 초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은 '호네부토(뼈대) 방침'이라고 불린다. 재정 운영이나 예산 편성의 기준이 된다. 초안에서는 AI,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 양산과 관련해 "필요한 법제상의 조치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닛케이는 "일본 반도체 업체 라피더스가 2나노 최첨단 반도체를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차세대 반도체의 국내 양산은 일본의 성장 잠재력과 직결되며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주도로 출범한 라피더스에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대기업 8곳이 출자에 참여했다. 다만 출자 규모는 73억엔(약 640억원)에 불과하다. 라피더스는 반도체 양산에 5조엔(약 44조3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연구개발(R&D)에 사용할 정부 보조금 약 1조엔과 민간 소액 출자만 마련한 상태로, 약 4조엔 가량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담보하는 법적 근거가 생기면 민간자금을 포함한 중장기 투자를 유치하기 쉬울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기업에 정부가 보증을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정부는 초안을 바탕으로 당정 조율을 계속할 방침이다.
또한 초안에는 차량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내년에 전국 일반도로 100곳 이상에서 실시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내년 전국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서 자율주행차를 연중 운행하는 계획을 수립·시행해 버스와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지난해 기본방침에서는 엔화 약세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초안에는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한 가계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 등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거론됐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지난 4월 29일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60엔선을 넘어서는 등 급격한 엔저가 진행되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당국은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9조7885억엔(약 86조원) 규모의 달러를 팔고 엔화를 매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얼굴)는 지난 4일 열린 경제재정 자문회의에서 2025∼2030년 경제재정 운영 방침을 정한 '6개년 계획'을 제정하기로 결정하고, 기본방침에 포함하기로 했다. 6개년 계획에서는 실질 경제성장률을 1%를 상정했다. 이는 그동안 일본 정부가 목표로 했던 '명목 경제성장률 3%, 실질 경제성장률 2%' 보다 낮은 수준이다.
■도쿄·오사카 등 4곳 금융특구로
일본 정부는 도쿄도, 오사카부와 오사카시, 후쿠오카현과 후쿠오카시, 홋카이도와 삿포로시 등을 '금융·자산운용특구'로 지정했다. 일본 정부가 해외 자금과 인재 유입을 기대하며 만든 금융·자산운용특구에서는 지역별로 다양한 규제 완화, 지원 정책이 시행된다. 이 특구에서는 회사 설립에 필요한 등기 신청을 영어로 할 수 있고, 외국인의 은행 계좌 개설 지원이 이뤄진다.
일본 정부는 일정한 금액 이상을 일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외국인을 위한 재류 자격 신설도 검토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특구 지정과 관련해 "국내외 금융자산 운용업자를 모으고 성장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라고 밝혔다. 특구의 지역별 특성으로 도쿄도가 '지속 가능한 금융 선진 도시', 오사카부가 '스타트업 집적', 후쿠오카현이 '아시아 게이트웨이', 홋카이도가 '환경 관련 자금·인재 집적' 등으로 정해졌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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