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어스, "지구에게 사과(Apple)해, 기후변화 미안해"

이유미 기자 2024. 6. 5. 18: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구에게 사과해'는 기후행동 콘텐츠 전문기업 오마이어스(대표 김대일)의 사과 브랜드다. 사과(apple)와 사과(apologize), 중의적 표현을 썼다. 기후변화가 사과 재배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에 지구에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 국내 사과 재배지는 북상 중이다. 사과는 연평균 기온 8~11도로 비교적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지구 온난화로 주요 사과 재배지가 경북에서 강원으로 올라가는 상황이다. 김대일 오마이어스 대표는 강원도 양구 출장길에서 이 이야기를 접했고 사람들에게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지구에게 사과해'라는 브랜드명도 직접 지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사과를 파는 게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변하는 사과 재배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수익금 전액을 기후 행동 기금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라며 "유통사들도 마진을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농가에서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사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구에게 사과해'의 심볼은 사과 주변을 겹겹의 패턴과 화살표가 감싸는 형태다. 등고선을 연상케 하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미래 농업 환경의 변화상을 담았다. 사과 포장에 필요한 종이박스와 내장재, 테이프 또한 친환경 소재를 썼다. 오마이어스는 수용성 생분해 기술를 기반으로 친환경 테이프를 생산·제조하는 기술을 보유 중이다.

아울러 '못난이 사과'를 쓰는 게 특징이다. 조금의 흠집이 있고 울퉁불퉁해 상품성을 높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품질은 그대로인 부사다. 오마이어스는 이를 '맛나니 사과'로 칭하고 있다.

김대일 오마이어스 대표가 '지구에게 사과해' 패키지를 들고 기념 촬영 중이다/사진=이유미 기자
"다수의 협력으로 기후 위기 극복..사과는 첫발이자 마중물이죠."
"'부자의 1억'과 '1만명의 1만원' 모인다면 무엇이 더 감동일까요."

오마이어스는 소수의 활약상이 아닌 '다수의 협력'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 회사다. '지구에게 사과해'로 모은 기금이 주는 파급 효과도 소수가 아닌 시민들의 협력으로 이뤄져 더 가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과 수익금만으로는 기금 운용이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이 기금이 단순히 거액을 기부한 개인의 선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구매한 모든 시민이 참여한 의미 있는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 속 소비를 통해 선한 자금이 쌓이면 더 큰 자본이 붙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이는 더 큰 기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마이어스는 이번 사과 프로젝트 외에도 기후 행동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딱딱하고 무거운 메시지 전달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며 "재미있고 공감되는 문화 콘텐츠로 보다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의 역할"이라고 했다.

일례로 기후 위기를 다룬 IP(지적재산권) 사업이다. '핑크버블'이라는 캐릭터는 플라스틱을 귀엽게 형상화한 것이다. 플라스틱은 생활 편의 측면에서는 이롭지만 환경에는 해로워 인류의 친구와 악당 사이를 오가는 존재다. 뮤지컬과 굿즈, 동화책 등으로 IP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어스돔'의 경우 오마이어스 본사에 마련된 복합 문화 공간이다. 평일에는 카페로 운영되지만, 저녁과 주말에는 기후 행동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자체 개발한 친환경 종이컵 등을 쓰면서 낡은 물건으로 리모델링한 이 공간은 버려진 것들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문 예술가들 외에도 학생, 주부 등 누구나 자유롭게 기후 위기를 주제로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미술,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룬다.

김 대표는 "앞으로 '지구에게 사과해' 프로젝트를 필두로 농가, 예술가, 시민사회와 협력의 끈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며 "축적된 수익금은 기후 친화적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지원과 기후 행동 관련 문화 활동 지원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과로부터 출발하지만 비단 사과만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 건 아니잖아요. 마침 지구에도 사과해야 하고 또 사과 재배 환경 이슈가 있어서 이렇게 출발했는데 앞으로 다른 품목들도 발굴해야지요."

이유미 기자 youm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