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벌적 손해배상제’ 또 발의, 비판보도 위축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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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하도록 한 언론중재법이 발의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언론사가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뜩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만 겨냥한 검찰 수사 등 언론 탄압에 열 올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비판·의혹 보도 봉쇄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도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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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하도록 한 언론중재법이 발의됐다. 2021년 국내외에서 ‘언론자유 위축’ 우려를 낳았던 법안과 판박이다. 현 정부 들어 비판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과 법정 제재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제1야당 최고위원이 다시 들고나왔다. 언론자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정무적으로도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언론사가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정정·반론보도 청구 소송 제기 기한을 늘리고, 정정·반론·추후 보도는 원보도의 지면 및 분량으로 게재하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을 발의한 정 의원은 “몇몇 언론의 ‘아니면 말고’식 허위보도·가짜뉴스는 피해자에게 물질적 손해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가 국내 언론단체는 물론 유엔 등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이를 접은 바 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취지에 반대할 이는 없다. 또 이런 법안을 발의하게 만든 일부 언론들의 잘못된 행태를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악의적 보도’라는 개념으로 언론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언론 보도의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특히 권력자들이 이를 남용할 것이다. 권력 감시와 비판, 사회 고발 등 언론의 의혹 제기를 ‘악의적 보도’로 주장하며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언론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형법·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하고, 언론중재위원회나 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과잉 입법’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언론현업단체는 지난 3일 공동성명에서 “민주당 일각의 언론 징벌 배상 추진을 가장 반길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만 겨냥한 검찰 수사 등 언론 탄압에 열 올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비판·의혹 보도 봉쇄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도 높다는 것이다.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과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방안을 균형 있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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