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생각하면 가슴 아파" 황선홍 감독 "고심 끝에 대전 왔다... 강등 탈출→성공 신화 쓰겠다" 출사표 [일문일답]
황선홍 감독의 대전 제15대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이 5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 미디어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대전 보도자료에 따르면 황선홍 감독은 "고향팀으로 돌아와 기쁘다. 절실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 정상 위치로 돌아가겠다"며 "대전 팬들 걸개도 봤다. '싸운 건가, 포기할 건가'를 두고 전자를 택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대전은 지난 3일 황선홍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시즌 개막 후 단 3승밖에 거두지 못하며 승점 14(3승5무8패)로 11위까지 추락한 대전은 이민성 감독과 작별하고 황선홍 감독을 택했다.
이에 대전 팬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황선홍 감독이 과거 대전 시절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4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축구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계속 도전을 택했다. 그는 "상당히 많이 고심했다. 대전이 아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초대 감독으로서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했고 함께하고 싶었던 팀이었다. 대전이 목표했던 높은 곳으로 가도록 다시 초석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강등권 탈출이다. 황선홍 감독은 "일차적으로 강등권에서 빨리 벗어나고 안정적으로 팀이 돌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전했다.
▶첫 경기부터 계속 다 지켜봤고 근래 경기도 관찰했다. 기술적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반드시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심리적으로 쫓기다 보니 불리한 결정이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 돼야 하고, 기술적으로 봤을 때는 볼을 어렵게 탈취한 후에 공격권을 넘겨주는 경우가 많아 어려운 것 같다. 이러한 부분들을 선수들과 공유, 개선해야 된다.
-4년 만에 대전으로 복귀했다. 4년 전에 시즌 중도 하차했는데 다시 지휘봉을 잡은 마음가짐은?
▶상당히 고심이 많이 됐고, 만약 대전이 아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초대 감독으로서 상당히 아쉬웠던 것이 많았고,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함께 하고 싶었던 팀이었다.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위기를 초대 감독으로서 넘기고 싶은 마음에 이 자리에 섰다. 대전이 창단 때 목표로 했던 톱 레벨의 팀으로 가는 데 초석을 다질 수 있는 다시 한번의 기회가 됐다고 생각하고 이에 맞춰서 다시 팀을 만들어 가겠다.
-선수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곧 이적 시장이 열리는데 생각하는 구상 및 보강 원하는 포지션은?
▶시즌 중반이라 여러 가지를 다 만족스럽게 세팅할 수는 없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격력이다. 공격 쪽에 파괴력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추진하고 있지만 시즌 중반이라 어려움이 있다. 전력 강화 부서와 소통을 하여 강화할 방법을 찾겠다.
▶제일 시급한 문제는 강등권을 벗어나는 일이다. 목표나 비전에 대해서는 굉장히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이보다는 1차적으로 일단 강등권을 빨리 벗어나고 안정적으로 팀이 돌아가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다음의 목표는 그 이후에 밝히겠다. 지금은 우리 선수들, 구단, 코칭스태프가 반드시 강등권에서 빨리 벗어나서 안정을 찾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다.
-계약기간 공개가 가능한지.
▶양측이 합의를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대전 감독직을 수락하는데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했는데, 앞서 올림픽 진출 실패도 부담됐을 것이다. 결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당시) 귀국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성원해 주신 팬 여러분들, 또 올림픽을 경험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쓰리고 아프고 굉장히 착잡한데, 과연 쓰러져 있을 것이냐 다시 일어날 것이냐,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저 자신을 믿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전 팬들 걸개에도 걸려져 있었는데 "싸울 텐가, 포기 할텐가", 저는 전자를 선택했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나가겠다.
-A매치 휴식기 간 가장 중점적으로 보강할 부분이 무엇인지?
▶축구에서 공격력은 하루아침에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황적으로 수비에 대한 조직 등 여러 가지 조직적인 부분은 준비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 시스템에서 스리백과 포백 간 갈림이 있는데 우리가 계획한 대로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 것들을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차근차근 휴식기 동안 시작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전체 조직에서 우리가 가야 될 방향을 정하고 그것에 맞게 구성하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대전 팬들의 걸개 얘기를 했고 대전 팬들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알고 있을텐데 팬들에게 한마디?
▶충분히 어떤 의견이신지 우려하시는 부분도 알고, 냉정하게 따져서 굉장히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는 것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물론 상황이 급하고 어렵지만 하나하나 차분하게 만들어 나갈 생각이고 결국은 제가 많은 이야기보다는 경기장에서 증명해 내는 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 그리고 저를 믿고 성원해주시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고 팬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 부탁드린다.
▶1차적인 목표는 중위권 진입이 목표고, 순위를 여기서 매기기에는 조금 어렵다. 과정을 조금 더 탄탄하게 해서 팀이 강등에 대해 신경 안 쓰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선이 올해 목표가 될 것이다.
-눈에 띄거나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있는지?
▶아시겠지만 부상 선수가 굉장히 많은 가운데 누구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선수들이 성장해야 대전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고, 이 자리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부탁하자면 어린 선수들이 조금 더 경기장에서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이런 부분들을 선수들이 잘 인지하고 좀 더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리 올림픽 예선 끝나고 어떻게 지냈는지와 팬들이 팀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선이 끝난 후에는 쉬고 싶었지만 저도 축구인이라 쉬고 싶어도 눈이 TV로 가고 K리그 경기에도 갔다. 쉬는 것보다는 (앞의) 다른 부분들이 더 좋았다. 재충전하는 시간은 있었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는 에너지를 경기장에서 쏟아내도록 하겠다.
▶라커룸이나 운동장을 (조금 전) 다녀봤는데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고 익숙하다. 익숙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안정될 것이다. 축구의 측면으로 봤을 때, 대전의 철학을 얘기하자면 위닝 멘탈리티를 기본으로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감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한국 축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많이 고민했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지만 투박하고 확실하지 않아도 조금 더 직선적이고 공간을 활용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었지만 대표팀을 경험해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봤을 때 이제는 정확성을 기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날씨 환경, 그라운드 컨디션 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팀 스쿼드 상 선수 수급 등으로 인해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가 어려운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대전의 철학은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로 가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팀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이전에는 직선적인 축구에서 현재는 디테일과 정확성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것을 느꼈던 계기는?
▶지속적으로 시대의 흐름이 그렇고, 23세 이하 대표팀이나 A대표팀을 하면서 많이 느낀 부분이다. K리그 같은 경우 잔디 상태 같은 환경이 그런 경우도 있으며, 선수들과 교감했을 때 카타르 등 (외국에) 나가서 대회를 치르다 보면 선수들이 굉장히 행복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공간 싸움이나 정확도가 떨어지면 뛰는 양이 많아지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발전돼야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팀을 맡았을 때 이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전을 떠난 후 대표팀 등 지도자 생활을 해오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지도자는 안주하는 것이 없으며 100% 만족도 없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서 가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고 지금은 이러한 부분을 진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고, 매 대회를 우승하고 매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실패나 성공에 대해서는 제 마음속으로는 실망감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이 부분에 너무 얽매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또 다른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나아갈 생각이다.
-올림픽 진출을 실패한 이후 대전 감독직을 수락하면서의 생각이 어땠는지?
▶아시안게임 때부터도 마찬가지였지만 감독의 입장에서는 항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일한다. 이 자리도 마찬가지고, 그전도 마찬가지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후회가 남지 않게 해야 하고, 이것이 대전과 함께라면 저는 얼마든지 성공신화를 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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