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난민·고물가 … 유럽 '극우 광풍' 예고
향후 5년 유럽 정책기조 좌우
이민정책·안보위기 우려에
극우 세력 지지층 대폭 늘어
유럽연합(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를 구성하는 선거가 6~9일(현지시간) 진행된다. 미국 대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인공지능(AI) 개발 경쟁 등 대격변의 시대에 유럽의 생존 전략과 방향성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다. 전문가들이 극우 세력의 약진을 전망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5일 EU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는 △6일 네덜란드 △7일 아일랜드·체코 △8일 라트비아·몰타·슬로바키아·이탈리아 △9일 나머지 20개국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EU 27개 회원국이 자국법에 따라 각각 선거를 치르는데 유권자는 총 3억7300만명, 의석수는 720석이다. 의석은 인구수 등에 따라 국가별로 할당된다. 독일이 96석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가 81석, 이탈리아가 76석 등이다.
유럽의회는 EU 행정기관인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을 거부하거나 수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 EU 산하 기관에 대한 자문과 감독·통제권, EU 예산안 심의·확정권을 갖고 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의회는 2028년 EU 예산의 편성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유럽의회가 법률 발의권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유럽의회는 공동 입법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시점이 시대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안보 문제, 민주주의 쇠퇴 우려, 기술·산업 분야에서의 새로운 규제와 발전 등 시급한 의제가 새로 꾸려질 유럽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CSIS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극우 정치그룹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여론조사업체 유럽 일렉트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의회의 제1 정치그룹(정당)인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과 제2 그룹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1·2위를 유지하겠지만 제3 그룹 자리를 극우 정치그룹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31일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극우 세력이 얻을 수 있는 의석수가 제1 정치그룹인 EPP를 넘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유럽 내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로 녹색당-유럽자유동맹 의석수가 크게 줄고, 그 자리를 극우 인사들이 채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극우 세력의 약진은 유럽이 직면한 안보 위기와 관련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 주요 요인이다. 특히 러시아의 서진(西進) 야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의 불안감도 작용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집권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내부적으로는 난민 이슈가 있다. 유럽은 그동안 아프리카 대륙에서 밀려드는 난민들을 포용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오래 이어진 물가 상승에 따라 시민들의 '집안 살림'이 어려워지자 난민 지원 정책에 대한 반발 여론이 급격하게 커졌다.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은 물론 중도 우파 정당들까지 반(反)이민정책을 간판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적 성향이 옅다는 평가를 받아온 유럽 농민들이 들고일어난 점을 보면 유럽의 우경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모양새다. 올해 유럽 농민들은 농가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EU의 '그린 전환',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에 반대하며 대규모 '트랙터 시위'에 나섰다.
한편 선거가 시작되는 6일부터 9일까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글로벌 리더들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 8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찾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기념식에 참석해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의 중요성'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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