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하는 네이버...공정성·객관성 담은 제평위 재개안 언제쯤
제평위원 추천단체 변경 가안에 반발…원점서 재검토
제도설계도 숙제…제도 미비시 제평위 무력화 가능성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제휴 심사를 맡게 될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재개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준비기구 성격의 뉴스혁신포럼 활동을 본격화했지만 제평위 재개를 위한 구체적 논의엔 착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제도 설계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스혁신포럼은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 개선을 위해 지난 1월 발족시킨 독립기구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법원장을 역임한 법관 출신으로 방송통신위원장을 역임한 최성준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등 외부인사 7인으로 구성됐다.
뉴스혁신포럼은 올해 1월 출범 당시 1분기 내에 △뉴스제휴평가위원회 2.0 출범을 위한 구성 및 운영 방식 △알고리즘 공정성 강화를 위한 상시 시스템 마련 △가짜뉴스 대응 등을 포함해 뉴스 서비스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목표 1분기에 혁신포럼 논의조차 진행 못해
하지만 뉴스혁신포럼은 첫 회의를 4월에야 개최하는 등 논의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첫 회의 이후 두달 넘게 논의를 이어왔지만 여전히 제평위 재개와 관련한 진전된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뉴스혁신포럼은 과거 제평위 운영의 문제점에 대한 평가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제평위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뉴스서비스의 공정성·객관성 강화를 위한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기존 제평위에 대한 평가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선방안 논의는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혁신포럼 논의 과정에서 기존 15개이던 제평위원 추천 단체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신문협회 △한국언론학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YWCA연합회 △지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로 하는 방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자 보수 언론 단체 등을 중심으로 공정성과 전문성을 문제삼으며 강한 반발이 나왔다.
결국 네이버는 제평위 추천단체 개편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수습에 나섰다. 아울러 제평위 재개 시점이나 향후 계획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다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국 제평위 2.0 출범과 관련한 제도 개선안 등에 대한 발표까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평위 구성과 별개로 제도 설계도 숙제다. 과거 제평위의 내부 규정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제휴 언론사가 제대로 된 이의제기를 불가능하게 한 조항이다. 퇴출 등의 제재시 언론사에 끼치는 파급력이 엄청난 상황에서 적법절차가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 제도이고, 심사 자체도 엉성해 공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법원, 가처분 결정 통해 제평위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
법원은 2021년 12월 계약해지를 당한 한 언론사의 가처분 사건에서 제평위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 제평위의 제휴계약 관련 약관에 대해 약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휴계약 해지시엔 엄격한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의제기는 물론 시정기회도 부여하지 않는 점 등의 제도적 미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제평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15개 단체 추천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네이버·카카오가 선임·구성을 의뢰하고 제평위 운영 비용도 내고 있다”며 “평가위원의 선임 기준·절차 등에 있어 객관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명문의 규정이나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심사규정 자체에 대해서도 “정성평가 비중이 절대적이고 정성평가 심사항목도 너무 포괄적·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배점기준 역시 재량의 폭이 상당히 넓어 심사위원 개개인의 주관적·자의적 판단이 작용될 여지가 크다”며 “위원들이 단기간에 적정한 평가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결정 이후 제평위 관련 사건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유사한 가차분 사건에서 잇따라 패했고 결국 제평위는 사실상 무력화됐다가 지난해 5월 공식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뉴스혁신포럼은 법원의 결정을 토대로 심사의 적법절차와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제도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사건을 담당하는 한 법조인은 “새 제평위 제도 설계가 꼼꼼하게 되지 않을 경우 이전 제평위처럼 결국 법원의 판단에 의해 기능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며 “제평위가 갖는 공공적 성격을 고려해 이의제기권 부여, 심사 공정성 방안 등이 담긴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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