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정책대연정…거부권에 가려진 ‘감세 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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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다.
이번 국회는 기후급변이나 돌봄위기, 미-중 충돌 같은 혼돈이 더욱 심해지리라 예상되는 2020년대의 남은 기간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책임져야만 한다.
격돌과 정책대연정,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이 두 모습이 아마도 우리가 제22대 국회를 놓고 가장 날카롭게 주시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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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 |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다. 이번 국회는 기후급변이나 돌봄위기, 미-중 충돌 같은 혼돈이 더욱 심해지리라 예상되는 2020년대의 남은 기간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책임져야만 한다.
이런 새 국회는 앞으로 과연 어떤 정치를 펼쳐나가게 될까? 무엇보다 ‘격돌’이라는 한 단어가 떠오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제21대 국회 마지막 날까지도 윤석열 정부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임기가 하루도 안 남은 국회에 전세사기특별법 등 4개 법안의 재의결을 요청함으로써 집권 2년 만에 14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기록을 남겼다.
국회 의석 분포는 지난 국회나 이번이나 비슷하다.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과 그 비례위성정당이 얻은 의석에 비해 여당 의석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탄핵이나 개헌 저지선을 가까스로 넘겼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야당 진영에는 이미 윤석열 정부를 조기 퇴진시키겠다고 공약한 조국혁신당이나 이에 공감하는 상당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런 국회에서 의결되는 법안에 윤석열 정부가 취하는 태도는 지난 국회 때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총선 이후에도 전처럼 ‘거부권 정치’를 반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정부-국회 관계는 격돌 외에 다른 무엇일 수 없다. 거부권 정치가 다시 반복되다가 결국은 촛불항쟁과 대통령 탄핵 소추를 겪은 제20대 국회를 빼닮은 모습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데 이런 예상과는 상당히 어긋나 보이는 조짐도 있다. 새 국회 개원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임 원내대표 같은 주요 의원들이 나서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축소하거나 공제한도를 늘리자는 논의를 불붙이고 있다. 수도권 중산층 여론에 부응해 종부세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논란을 일으키자 더불어민주당 집행부는 부랴부랴 이것이 공식 당론이 아님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게 단순한 해프닝이나 비주류만의 움직임은 아닌 것 같다. 일부 의원들이 종부세를 건드리려 하는 것과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집행부 역시 그간 당론으로 추진해온 횡재세 도입을 사실상 폐기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당 내 주류와 비주류 모두 감세정치에 새삼 몰두하는 모양새다.
아니나 다를까 야당 내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부권 정치는 간데없이, 종부세 완화 논의를 쌍수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산 과세 완화 내지는 철폐를 놓고 사실상 ‘정책대연정’이라 할 만큼 정부-여당과 제1야당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격돌과 정책대연정,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이 두 모습이 아마도 우리가 제22대 국회를 놓고 가장 날카롭게 주시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정권 조기 퇴진’까지 언급되는 격렬한 여야 충돌은 어쩌면 한국 사회의 낡은 관성을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정책대연정을 가리는 외피에 그칠 수도 있다. 아니면, 제20대 국회와 촛불항쟁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무능한 정부를 조기에 끝내더라도 낡은 정책 기조는 전혀 뒤집지 못함으로써 음지의 정책대연정에는 손도 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한국 사회는 절박한 세계사적 전환기에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4년 동안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막아야 할 역사의 ‘나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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