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 백혈병’ 사상 첫 현장검증…“보여주는 것만 봐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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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문제가 불거진 지 17년여 만에 처음으로 법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해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2007년 고 황유미씨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이후부터 현재까지 법원이 실제 노동자가 근무하던 공장을 현장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재판부가 현장검증까지 나선 건 삼성전자 백혈병 관련 산업재해 사건 2건의 심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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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문제가 불거진 지 17년여 만에 처음으로 법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해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5일 오후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공장의 17라인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였다. 재판부는 두시간 남짓 반도체 생산라인의 하부공간 등을 둘러보며 이곳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각종 유기용제와 극저주파 자기장에 노출됐을 가능성 등을 검증했다. 2007년 고 황유미씨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이후부터 현재까지 법원이 실제 노동자가 근무하던 공장을 현장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재판부가 현장검증까지 나선 건 삼성전자 백혈병 관련 산업재해 사건 2건의 심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건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과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등에서 액화천연가스·수소 감지기 시운전과 점검 업무를 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2018년 5월 숨진 임아무개씨(당시 30살)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지급 거부 취소소송이고, 다른 한 건은 2014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일하던 중 2021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한 뒤 이듬해 11월 숨진 신아무개씨(당시 33살)가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이다. 임씨는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고, 신씨는 1심에서 승소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해 두 사건이 이날 현장검증을 연 재판부에 배당됐다.
임씨와 신씨가 일했던 작업환경이 백혈병 발병과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검증이 열린 만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재판부의 엄밀하고 공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생산 설비·유기용제 등 작업환경이 자주 바뀌는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이날 재판부가 본 작업환경이 노동자들이 일했을 때와 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올림은 “발암물질,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 등은 육안이나 냄새로 알 수 없다”며 “법원은 현장 검증에 이런 한계점이 존재함을 깊이 유념해, 고인들의 업무환경 평가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그동안 삼성은 역학조사 등 조사과정에서 진실을 감추고 산재를 은폐해왔다”며 “현장검증에서 삼성이 보여주는 정보만 볼 것이 아니라 감추려 했던 점을 들추는 현장검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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