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10조 추가지원 여력 … 中에 밀린 중동 수주 반등 지렛대
중동 건설시장 폭풍성장 속
韓 매출 中에 갈수록 뒤처져
추가대출·지급보증 통해
제2 중동붐 기회의 장 조성
방산수출 재원으로도 활용
◆ 기업지원 팔 걷은 국책은행 ◆
정부가 예상보다 1~2개월 앞당겨 지난달 31일 한국수출입은행(수은)에 2조원 규모의 현물 출자(한국토지주택공사 지분)를 집행한 것은 중동에서의 인프라·플랜트 수주와 방산수출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증자로 수은은 대출·보증 등 10조원가량의 금융지원 여력을 추가로 확보했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될 곳으로 중동 수주와 방산 수출이 꼽힌다. 중동의 건설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금융지원 확대를 통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중동건설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2017년 중국에 역전당해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데, 과감한 금융지원을 통해 재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이번 증자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4%대로 유지하면서도 10조원 정도의 추가 대출·지급보증 여력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한다. '제2중동붐'에 편입하려는 국내 기업들에 맞춤형 투자가 가능한 재원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로 전 세계 건설 및 인프라 시장의 성장세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세계 건설시장 규모가 올해 14조4333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21조1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고유가 기조 및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지속되면서 중동 건설시장은 작년에 비해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다만 인프라 사업은 자국 기업에 우선권을 주고 기술력 등을 감안해 자국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외국 기업에 발주를 주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 입장에선 해외 수주가 가능한 시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이나 북미는 기술력, 인력관리 등으로 수주가 쉽지 않고, 최대 시장인 중국은 가격 경쟁력으로 사실상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건설사의 수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동에서 한국 기업이 타 국가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올해 중동 지역에서 예상되는 인프라 등 건설시장 발주액은 작년(2050억달러) 대비 7.3% 증가한 2200억달러다. 또 최근 10년간 중동지역에서 발주된 사업의 약 60%를 비(非)중동국가의 기업이 수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이후 중동 건설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에 밀리고 있다. 건설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에 따르면 중동 건설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2012년 한국은 267억달러였고 중국은 93억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작년 기준으로 중국은 182억달러의 매출액을 보였고 한국은 82억달러에 그쳤다. 한국 기업들은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더해지면 향후 중동 수주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이 같은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낸 바도 있다.
수은은 지난달 23일 현대건설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석유화학 설비 건설사업에 1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합작법인인 사토프 발주로 사우디 동부 주베일 산업단지에 석유화학 설비를 짓는 사업이다.
또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수주한 초대형 가스플랜트 증설공사인 사우디 자푸라 2단계 프로젝트에도 금융지원을 할 예정으로, 현재 관련 사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도 인프라·방위산업 수주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1월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초대형 수주 특별프로그램' 신설을 검토 중이다. 조만간 관련 논의가 마무리되면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프라 분야 수주를 늘리기 위해 국가별·프로젝트별 맞춤형 수주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겠다는 정책도 제시했다.
이번 출자를 통해 최근 방산에만 초첨이 맞춰져 있던 금융지원도 균형을 찾아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실제 수은의 분야별 금융지원 규모를 보면 방산보다 건설플랜트가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해왔다.
[채종원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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