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민주당 단독개원' 닮은꼴…상임위원장도 싹쓸이 예고
의장선출 범야권 192명만 출석
秋 "본회의 성립 안된다" 규탄
국힘 "민주 의총이냐" 보이콧
여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 못해
신임 의장·원내대표 회동 불발
박찬대, 원구성 마무리도 압박
우원식 "국회법 따라야" 지원
제22대 국회가 5일 본회의를 열고 정식으로 개원했지만 출발부터 반쪽 국회로 파행 운영됐다. 특히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진행된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 현장은 4년 전 21대 국회 본회의 날의 데자뷔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원식 신임 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표결에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만이 의사 진행 발언을 위해 본회의장에 등장했지만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의장단 선출 표결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을 비롯한 범야권 정당 의원 192명만 참석한 채 이뤄졌다.
2020년 6월 5일 열린 21대 국회 본회의 첫날에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 의원들만 투표하며 의장과 민주당 몫의 국회부의장을 뽑았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일방적인 본회의 소집에 항의하고 집단 퇴장해 의장 선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추 원내대표는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지금 본회의가 열렸다고 하지만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본회의는 성립할 수도 없고 적법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거대 야당이 힘자랑만 하며 막무가내로 국회를 끌고 가고 있다"면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준 45.1%의 민심을 존중하지 않고 짓밟고 조롱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총선 민의를 거스르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추 원내대표 발언 도중 "(총선 민의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었다" "총선 불복입니까"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출석을 거부한 채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합의 없이 의회 없다, 의회 독주 중단하라" "입법 독주 포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규탄사에서 "22대 첫 본회의조차 의사일정 합의 없이 민주당 일방으로 강행 개최됐다"며 "의장을 선출하는 선거마저 민주당 의총으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파행의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다고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5일까지 의장단을 선출하게 돼 있는데, (여당은) 그런 노력이 부족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법대로 본회의를 여는 것에 언짢다고 하는 건 적반하장"이라고 밝혔다.
향후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도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신임 우 의장은 본회의 산회 직후 여야 원내대표를 집무실로 불러 회동하려 했으나 추 원내대표는 이를 거절하며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법정 시한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여야 간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법정 시한인 7일까지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우 의장을 압박하고 있으며 우 의장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박 원내대표는 우 의장과 회동하면서 "마냥 시간을 끄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하루빨리 원구성을 할 수 있도록 의장께서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 7일 원구성을 완료할 수 있도록 즉시 조치를 취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선출 직후 인사말을 통해 "헌법과 국회법은 확립된 사회적 합의이고 법적 규율이므로 과정에서 대립하고 싸우더라도 기왕에 사회적 법적 합의에서는 벗어나면 안 된다"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미 정해진 기준에 따라야 하고 이것이 이전과 달라져야 할 첫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7일까지 원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여야가 본회의를 두고 대립하면서 국회는 여당 몫의 국회부의장 역시 뽑지 못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여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과 관련해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여당 몫 국회부의장 자리를 두고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후보로는 6선인 주호영·조경태 의원, 4선 이종배·박덕흠·한기호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내에서는 국회부의장 후보를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선수가 많은 최다선 의원이 맡아 대야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반면 민주당과 선수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5선)·이학영 국회부의장(4선)을 감안하면 여당에서도 4선 의원이 적합하다는 논리다.
[서동철 기자 / 구정근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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