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NLL 해상사격 곧 재개…6년 만에 다시 ‘한반도 화약고’로

권혁철 기자 2024. 6. 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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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이뤄진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서해 5도와 육상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포사격 훈련이 이달 중 재개된다.

연평도와 백령도에 배치된 해병부대가 케이(K)-9 자주포 해상사격 훈련을 약 6년 만에 실시하게 되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다시 남북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뿐만 아니라 북방한계선 일대 해군 함정의 기동 및 포사격 훈련까지 재개되면 남북 해군간 해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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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5일 오전 서해 북한 해안포가 해상사격을 하자 대응 사격 차원에서 이날 오후 백령도 해병대의 케이(K)-9 자주포가 해상 사격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 4일 이뤄진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서해 5도와 육상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포사격 훈련이 이달 중 재개된다. 연평도와 백령도에 배치된 해병부대가 케이(K)-9 자주포 해상사격 훈련을 약 6년 만에 실시하게 되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다시 남북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5일 “현재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 일대 해상에서 꽃게잡이가 한창이기 때문에 현지 어민을 대상으로 사격훈련 방침을 설명하고 주민보호대책 등을 점검한 뒤 K-9 사격훈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상 사격 훈련을 준비하는데 보름 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 중하순께 사격 훈련이 이뤄질 전망이다.

해상사격 훈련 재개는 서해 NLL 일대가 다시 한반도의 ‘화약고’가 되다는 의미다. 한국은 북방한계선을 ‘피로 지킨 영토선’으로 여기지만 북한은 “강도적인 북방한계선은 무효”란 태도다. 남북 군대는 1999년 이후 북방한계선 문제로 4차례 교전을 벌였다.

한국은 서해 해상 사격 훈련이 ‘북방한계선 이남에서 실시된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북방한계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은 ‘영해에 대한 침략’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북한은 연평도 포격전 발생 직전 K-9 자주포 해상사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K-9 사거리가 40㎞인데 연평도는 북한 황해도에서 13㎞ 떨어져 있다. K-9이 바다로 사격 훈련하다 포신 방향만 바꾸면 해주에 있는 북한군 4군단사령부를 포격할 수 있다.

악화일로의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북한은 K-9 해상 사격 훈련 재개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방한계선’에 대해 “불법무법”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곧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뿐만 아니라 북방한계선 일대 해군 함정의 기동 및 포사격 훈련까지 재개되면 남북 해군간 해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9·19 군사합의마저 무력화되어 완충 공간이 사라진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이나 사고, 오판이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남·북·미 모두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군사 행위와 위협을 멈추고, 무력 충돌 예방과 위기관리를 위한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월5일 오전 서해 북한 해안포가 해상사격을 하자 대응 사격 차원에서 이날 오후 백령도 해병대의 K1EA 전차가 전차포를 해상 사격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런 가운데 일부 탈북민 단체는 이르면 6일부터 대북 전단을 북으로 보내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은 지난 2일 오물 풍선 살포 중단을 발표하면서 ‘대북전단 재살포시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하겠다’고 했다.

군과 정부 부처, 유관기관으로 꾸려진 통합방위본부는 이날 오전 통합방위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상황에 관해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점검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2017년 이후 7년여 만에 미국 비(B)-1비(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서 합동직격탄(JDAM)을 투하하는 실사격훈련을 해 종심표적에 대한 정밀타격능력을 보여줬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는 올해 2번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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