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파티·조폭 동원·밀항 … 범죄영화 시나리오 아닙니다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4. 6. 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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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명이 넘는 투자자에게서 투자금 4000억여 원을 유치한 불법 다단계 업체의 사기 행각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사업설명회를 열고 판매원을 데려오면 수당을 지급하던 고전적 다단계 수법에서 진화해 첨단 정보기술(IT) 등을 접목해 투자자 눈을 현혹했다.

실상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홍보해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기존 투자자들의 원금과 수익금을 충당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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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0억 폰지사기' 아도인터네셔널 사건 전말
"수익률 200% 보장" 유혹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지만
페이앱 등 신기술 내세워 속여
유람선 빌려 투자자들 초대
호화 파티 벌이며 안심시켜
계열사내 다툼엔 조폭도 가세
핵심인물 등 120명 검찰 송치

3만명이 넘는 투자자에게서 투자금 4000억여 원을 유치한 불법 다단계 업체의 사기 행각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사업설명회를 열고 판매원을 데려오면 수당을 지급하던 고전적 다단계 수법에서 진화해 첨단 정보기술(IT) 등을 접목해 투자자 눈을 현혹했다.

5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이 모 아도인터네셔널 대표 등 책임자 11명을 구속하고 모집책 109명을 포함해 총 12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아도인터네셔널의 계열사 16곳에 투자한 이들은 3만6000여 명, 투자액은 4467억원에 달한다. 이 중 확인된 피해액만 490억원 수준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자상거래에서 반품된 물건을 대량으로 '땡처리'로 사들여 동남아시아에서 비싼 값에 팔겠다고 하며 초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사업설명회에서는 200%가 넘는 마진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유혹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금이 몰리자 그는 지난해 2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중고차 애플리케이션(앱), 목재, 공연 기획, 부동산 개발 등 각기 다른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16개 계열사를 만들고 투자를 유치했다.

실상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홍보해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기존 투자자들의 원금과 수익금을 충당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사기였다. 하지만 일당은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다단계 업체와는 차별화된 곳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실제 결제 앱 '아도페이'를 개발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코인에 돈을 넣도록 유도했다. 사기를 의심하던 중·장년층은 블록체인과 모바일페이 등 신기술과 계좌에 찍히는 금액을 보고 의심의 눈길을 거둬들였다. 모집책들은 수익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피해자들이 앱에 돈을 충전하도록 유도했다. 모바일상에 숫자로 표시된 투자금은 매일 업체가 지급한 이자가 더해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앱을 통해 막대한 수익률을 직접 눈으로 본 투자자들은 앞다퉈 많은 투자금을 입금했다. 이후 업체는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빼내지 못하도록 여러 제약을 거는 식으로 투자금을 묶어버렸다.

일당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인천 아라뱃길에서 대형 유람선을 빌려 폭죽을 터뜨리며 호화 선상파티를 열고, 회원은 고가의 명품백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렇게 끌어모은 투자금으로 자신들은 최고급 아파트와 고급 수입차를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고 경찰 추적을 피해 밀항을 시도하는 등 이들의 사기 행각은 영화 속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계열사 대표들이 투자금이 범죄 수익인 것을 알고 아도인터네셔널 상부에 전달하기를 거부하자 이 대표는 조폭을 동원해 계열사 대표들을 협박해 6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했다.

이 대표와 계열사 간 분쟁이 생기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주요 피의자들은 도주했다. 지난 7월 송도의 한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던 이 대표는 여권을 위조해 중국으로 밀항하려 부산으로 은신처를 옮겼지만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 대표가 체포된 사실을 알게 된 조폭 A씨 역시 수사기관에 출석한다고 속이고 베트남으로 도주했다가 현지에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28억원을 압수하고 피의자 명의 부동산 등 약 147억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했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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