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에 몸 던지고 절벽에도 올라가는 소방관[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들](끝)
같은 날 늦은 밤 터널 절벽 위 매달린 70대 남성도 구조
"두려워할 것은 오직 가만히 움츠려 있는 것뿐"…"우리도 목숨은 하나"
[편집자 주]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깊이 새기는 신조 같은 문구다. 불이 났을 때 목조 건물 기준 내부 기온은 1300℃를 훌쩍 넘는다. 그 시뻘건 불구덩이 속으로 45분가량 숨 쉴 수 있는 20kg 산소통을 멘 채 서슴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사람은 누구나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위험에 기꺼이 가장 먼저 뛰어드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인 것이다.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희생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단련된 마음과 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 받은 ‘소방공무원 건강 진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소방공무원 정기 검진 실시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7%)이 건강 이상으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 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이상자 중 6242명(13.7%)은 직업병으로 인한 건강 이상으로 확인됐다.
민 소방관은 이동 중 흔들리는 차 안에서 잠수복을 갈아입었다. 머릿속은 각종 경우의 수를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현장에 도착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강물이 많이 불어나 있었고 이로 인해 급류가 형성돼 있었다. 다행히 50대 여성 A씨는 강물 중간에 심어져 있는 나무를 붙잡고 몸을 지탱한 채 “살려 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민 소방관은 급히 다리 아래로 내려가 바로 물로 뛰어들었다. 자칫 위험할 수 있었지만 민 소방관에겐 오직 A씨만 보였다. 그동안 갈고닦은 급류 영법을 통해 A씨에게 도달했고, 이후 팀원들이 구조 보트를 가져와 A씨를 그곳에 태웠다. 민 소방관의 몸을 사리지 않은 적극적 대처 덕분에 상황은 금세 종료됐고, 출동하던 수난 구조대는 도중에 되돌아갔다.
그렇게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 민 소방관은 소방서에서 대기하며 그날의 출동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11시 관내 삼봉터널 위 절벽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술에 취한 70대 남성 B씨가 산길을 내려가다 길을 잘못 들어 터널 바깥 상단부까지 이르게 됐고 그곳의 철조망에 발이 걸린 상황이었다. 민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하니 B씨는 매우 위태로운 자세로 터널 상부에 매달려 “살려 달라”며 애원하고 있었다.
민 소방관은 키 170cm에 몸무게 60kg 남짓의 다소 왜소한 체격이지만 “절박해지자”라는 좌우명과, 늘 그의 곁에 있는 든든한 동료들 덕분에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 소방관은 “언제나 벽은 넘어설수록 그 뒤에 더 높은 벽이 있었다. 그러나 노력 앞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은 없었다”며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가만히 움츠려 있는 나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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