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버티기, 왜?…“보상 줄고, 경쟁 심해질 거란 위기의식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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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났던 1만2천여명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숫자를 늘리는 것 외에는 제대로 된 개혁안을 내지 않아, 공급을 늘리면 지역·필수의료 의료진이 증가한다는 '낙수 의사론'을 자초했다"며 "증원된 인원이 미래의 경쟁에 함께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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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심화 우려 불식시킬 정부 대안 필요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났던 1만2천여명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그동안 강조한 ‘법과 원칙’을 허물면서까지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등을 철회하고, 복귀 땐 전문의 취득 등에 불이익도 면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100일 넘게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이 대거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의대 증원으로 전공의들이 우려하는 미래의 불이익이 현실화할 수 있어 복귀 가능성은 낮다고 점쳤다. 더불어 전공의 미복귀에는 정부의 준비 없는 정원 확대, 의사 사회의 폐쇄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전공의들이 우려하는 미래의 불이익은 경쟁의 심화와 그에 따른 소득 감소 등을 꼽을 수 있다. 수련 기간인 4~5년 동안 주 77.7시간(대한전공의협의회, 2022 전공의 실태조사)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견디는 바탕에는 전공의 수련 뒤 확보할 수 있는 고소득(2022년 기준 3억100만원)과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의사 수가 크게 늘면 ‘미래의 보상’이 불투명해진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의료계 내에는 ‘전공의 시기가 끝나면 면허로 보호받는 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일종의 세대 간 약속이 있어 고된 수련을 버티는 것인데, 이 약속이 깨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극한 경쟁’은 전공의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요소다. 한승범 고대안암병원장은 “본인들은 높은 경쟁을 뚫고 의대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경쟁이 쉬워진다고 하니 용납되지 않는다는 게 반발의 가장 큰 이유”라고 짚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기획국장은 “의대 증원으로 개원가에서 경쟁이 더 과열되고, 봉직의들의 노동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경제적 보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쟁 심화’ 우려를 불식시킬 정부의 구체적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숫자를 늘리는 것 외에는 제대로 된 개혁안을 내지 않아, 공급을 늘리면 지역·필수의료 의료진이 증가한다는 ‘낙수 의사론’을 자초했다”며 “증원된 인원이 미래의 경쟁에 함께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의사가 되기까지의 환경이 ‘집단 이익’을 중시하도록 짜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사 집단의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 ‘배분이 문제지,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는 명제를 의대생·전공의들이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의대·수련병원을 거치는 동안 내내 의대생·전공의끼리만 교류하는 게 일반적인 환경이다. 전임의(펠로)가 되고, 각 의료기관에서 자리를 잡더라도 선후배 관계에 기반한 폐쇄적인 문화는 유지된다. 이서영 인의협 기획국장은 “의사 집단 내부의 폐쇄성때문에 모든 의료 문제를 수가(진료비) 문제로 귀결시키고 증원은 절대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등의 논리를 학생과 전공의 등 다수가 습득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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