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라인·직구 사태로 본 산업정책 딜레마

2024. 6.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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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두 번의 '사태'가 있었다.

하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하나는 섣불리 과도하게 나섰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경우다.

라인 사태는 해외로 진출해 큰 성과를 거둔 우리 기업에 현지 정부가 정보 유출을 빌미로 지분 매각을 강요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며 논란이 커졌다.

일부 품목에 대해 KC 인증 없는 직구를 금지하는 등으로 대응하려던 정부의 시도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흘 만에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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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경영권 타국서 지키면서
국내선 中직구 방어하는 정부
세계 경제 블록화 흐름 속에
국익 보호와 시장 경쟁 충돌
균형있는 산업정책 중요해져

최근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두 번의 '사태'가 있었다. 하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하나는 섣불리 과도하게 나섰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경우다.

라인 사태는 해외로 진출해 큰 성과를 거둔 우리 기업에 현지 정부가 정보 유출을 빌미로 지분 매각을 강요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며 논란이 커졌다. 마침 미국 정부가 정보 유출 혐의로 중국 사업자인 틱톡을 매각시키려 한 사례가 있던 데다 늘 휘발성이 큰 반일 감정이 겹치면서 일파만파가 되었다.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정보 보호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지분 매각을 둘러싼 일본 정부나 라인 관계자들의 의도는 무엇인지 등도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겨우 회복한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직구 사태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사업자의 국내 진출 확대가 배경이 되었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내걸고, 관세나 인증 절차 없는 해외직구를 활용하는 이들 업체가 안전 문제를 일으키고, 나아가 우리 유통 업계와 중소업체를 초토화하리라는 우려가 커졌다. 일부 품목에 대해 KC 인증 없는 직구를 금지하는 등으로 대응하려던 정부의 시도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흘 만에 중단되었다.

이 두 사건은 새로운 산업 정책의 시대에 정부가 직면하는 도전을 보여준다. 시장의 힘을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국내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겠다는 산업 정책은 경제학자에게는 애증의 대상이다. 대중적 지지는 높지만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불분명하고 부작용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큰 방향은 명확했는데, 선진화된 경제일수록 줄여야 할 관행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신냉전시대가 도래하며 경제와 안보 논리가 뒤섞인 지금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의 선진국조차 안보를 앞세워 해외 기업을 차별하는 상황이라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보호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균형이 맞을 것이다. 과거보다 더 민감하고 신속한 정부의 정책 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것이 무조건적 자국의 이해 추구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 경제의 블록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블록 내에서는 더욱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 체제를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 규모 축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확립하기 위한 동맹국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 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노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내 산업의 보호 역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산업 정책 환경이라고 해서 무조건적 보호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보호와 육성의 여지가 전보다 커졌다면, 원칙과 방법론은 오히려 더 정교화될 필요가 있다. 직구 사태가 큰 반발을 겪은 것은 안전을 명분으로 손쉽게 해외로부터의 경쟁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읽혔기 때문이다. 산업의 보호와 육성은 시장 실패를 교정하거나, 안보 등의 전략적 가치가 경제적 손실보다 크거나, 적어도 미래의 높은 경쟁력이 기대되어야 정당화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보호보다는 변화를 택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쪽에 집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반드시 경쟁을 강화하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범위 내에서 모색될 필요가 있다.

라인과 직구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도전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정부가 정책의 중심을 잘 잡은 상태에서 스마트하게 대응해나가기를 바란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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